김기덕 감독의 '시간',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에 선보여
2006년 6월 30일, 김기덕 감독은 다시 한 번 체코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동유럽의 칸’이라는 별명을 가진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는 2002년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유럽에 선보였던 곳으로, 이곳에서의 수상이 이후 작품들의 베를린, 베니스 등에서의 연이은 수상에 포문을 열어준 셈이다.
41번째 개막작의 주인공이 되어 밝은 모습으로 이곳을 찾은 김기덕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제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시했고, 영화제는 '시간'의 일반상영 매진이라는 들뜬 기대감으로 그를 맞아주었다.
이번에 공개되는 5분 남짓한 영상은 김기덕 감독과 '시간'의 배우 성현아, 하정우가 개막식 상영과 일반시사, 인터뷰 등에 참가하는 모습을 시간 순서대로 담고 있다. 뜻밖의 환대에 어안이 벙벙한 배우들의 모습과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기덕 감독이 모자를 쓰지 않은 흔치 않은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열 세번째 영화를 공개하는 감독의 머리는 역시 군인처럼 짧지만 어느덧 하얗게 세어있다. '시간'의 개막식 시사에 앞서 무대인사를 요청 받은 김기덕 감독은 아무 설명 없이 “째깍 째깍 째깍…” 시계소리를 낸다. 말이 통하지 않는 관객들이지만 곧 그의 의도를 깨닫고 웃음을 터뜨린다.
인터뷰를 선문답으로 만들어버리는 짧은 대답들과 이젠 익숙할 법도 한 언론의 관심에 일일이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지만, 그의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일반시사에 앞서 다시 한 번 요청 받은 인사말 대신, 김기덕 감독은 그리 능숙하지 않은 실력임에도 호기롭게 ‘아리랑’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시간'은 이번 주, 전국 12개 영화관에서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