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안전문 사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다'
구의역 안전문 사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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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청년세대의 현실 보여줘...
▲ 저 뒷편 '청년에게 힘내라는 말대신 힘을 주세요'란 문구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진 / 강민욱 기자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 ‘메트로 설비 차장이 저희를 찾아와서, 보고하지 않아서, 우리 아이의 과실이라고 말했다’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스크린도어(안전문)을 수리하다 숨진 19살 청년 K군 어머니의 기자회견 내용 중의 일부다.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시민단체 등이 마련한 기자회견 자리에 K군의 어머니는
"내가 회사가면 상사 지시대로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우리 사회는 책임감 강하고 지시 잘 따르는 사람에게 남는 것은 죽음뿐인데 애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후회된다"며 서럽게 곡을 했다.
 
더불어 "서울메트로 설비차장이 찾아와서는 전자운영실에 보고 안 하고 작업한 아이 잘못이라고 했는데 시킨 대로 했을 우리 아이가 규정을 어겨서 죽임을 당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언론이 내 원통함을 풀어달라"며 끝내 오열했다.
 
지난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안전문)을 수리하던 한 용역회사의 청년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정치권 노동계 등 계층을 불문하고 시민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져 추모가 이어짐과 동시에 파문이 확산된다.
 
여러 측면에서의 부당함, 문제점이 각계에서 제기된다. 무차별적 외주(아웃소싱) 만능주의 및 최저가 입찰의 유혹 그리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년의 죽음은 경제적 효율성이 인간의 존엄을 유린한 것이라는 견해다.
 
▲ 애도의 메시지 그리고 꽃. 사진 / 강민욱 기자
 
외주(아웃소싱)의 빛과 ‘그림자’
경제이론 및 효율성 등을 앞세운 무분별한 외주(아웃소싱) 문제는 이번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0일 공항보안 합동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테러상황실 운영과 폭발물 처리 및 모니터링 등의 핵심 업무는 공항 정규직원이 담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인천공항 보안이 잇따라 뚫리는 밀입국 등 사태에 대한 조치로 보안 관련 CCTV 모니터링 등의 핵심업무를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운영(=직영)하게 한 것이다.
 
물론 외주(아웃소싱)에는 장점이 있다. 흔히 경제관련 서적에서 거론되는 공공부문 관련 업무를 민간에게 줘서 조직규모를 줄이고, 이로써 조직의 ‘효율성’ 및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 빗댄다면 지하철‘공사’는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를 아웃소싱을 통해 따로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효율’을 달성하긴 했다.
 
그렇다면 지하철공사로부터 외주업무를 받은 해당 용역업체는 지하철 공사에게 질 높은 스크린도어 수리 서비스를 제공했는가? 현 사태를 보면 그들은 질 높은 스크린도어 서비스(예를 들어 신속한 수리 등)를 제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젊디젊은 직원이 안타깝게 죽었다. 덧붙이자면 경영·업무 효율성은 지하철 공사만 추구하는 게 아니다. 용역업체도 추구한다.


효율성 · 질 좋은 서비스 그리고 인간의 존엄
28일 오후 서울메트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생긴 사태에 대해 2인 작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게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료 및 유가족들은 지킬 수 없는 규정이라고 말한다. 즉 서울 강북지역 49개 지하철 역 안전문 전체를 용역직원 6명이 맡고 있었기에 2인1조 작업이 불가능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하철공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도 나온다. 언급된 2인 1조 작업으로 그에 걸맞게, 용역업체 인원 상황에 맞게, 스크린도어 고장수리 서비스를 용역업체가 펼쳤다면 과연 다시 그들을 입찰에서 선정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경영 및 업무 효율성이란 가치가 인간의 생명(존엄)마저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개탄마저 나온다.
 
31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K씨의 모친은 말했다.
 
“공구들하고 숟가락이 섞여있다. 비닐에 쌓이지도 않은 숟가락이 나왔다. 밥도 못 먹고 시간에 쫓겨 가며 일했는데 규정을 어겼다고 내 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
 
지난 28일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 용역업체 직원 K씨가 전동차에 치여 숨진 현장, 고인의 유류품에는 스패너 · 드라이버 등의 작업공구와 수저 및 컵라면이 있었다고 한다.
 
기자는 현장을 찾아 고인을 위한 묵념 그리고 상념에 잠긴 채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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