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일베' 조형물 훼손사건··· 민주주의의 그릇은?
홍대 '일베' 조형물 훼손사건··· 민주주의의 그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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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지만 다양성 존중해주는 사회, '민주주의'
▲ 홍대 '일베' 조형물 훼손사건··· 민주주의의 그릇은?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 지난달 30일에 마포구 홍대 인근에 설치됐던 '일베' 관련 조형물이 1일 파괴돼 논란이 뒤따른다. 일베(일간베스트)는 과거 일부 지역 및 특정 인물 등 비하와 관련해 논란이 된 적이 있는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다.
 
해당 조형물은 손가락 모양의 상징물로 홍익대 조소과 재학생 H씨가 출품과제로 제작한 작품이었다. 이에 조형물 모습이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퍼지며 만든 사람이 일베를 옹호하느냐는 비판이 불거졌다.
 
급기야 일부 학생들은 달걀을 던지기도 했고 급기야 이날 새벽 조형물이 훼손됐다.
 
한편 H씨는 지난 31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작품에 대한 비난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과 작품을 훼손하는 것 또한 표현의 자유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책임은 져야할 것임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말했다.
 
홍대의 L 학과장은 성명서를 내며 사회 변화와 함께 이분적 대립이 심해지는 현상을 걱정스레 여기며 던진 조형언어임을 밝히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그 원인과 현상에 대한 담론은 건강한 논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논란을 위한 논란을 생성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고 사회에 대한 한 미술학도의 관심이라고 여겨달라”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의 따끔한 일침
이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관련 기사 링크하며 "일베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짓 하는 놈들입니다"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또한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해당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 및 물리력 등의 실력 행사까지 했다고 꼬집고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들"이라 밝혔다.
 
이밖에 해당 작품을 만들었던 작가보다, 그 작품에 계란을 던지고 파괴한 사람들 및 그 파괴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사회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며, 다만 그 사람들의 입을 강제로 막아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견해를 개진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란 거대한 그릇
오늘 해당 일베 상징 조각상 위에는 훼손한 사람이 남긴듯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너에게는 예술과 표현이 우리에게는 폭력임을 알기를...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님을, 모든 자유와 권리는 다른 권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라는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냉소가 나온다. 그것은 일명 ‘공감’ 만능주의에 대한 소수자들의 쓴 웃음이다. 그것은 ‘대세’와 다른 생각 ·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 혹은 비판적 사고를 배척하는 분위기에 대한 것이다. 어떠한 주장 또는 생각이 있다면 반론이 있겠다. 그러나 오늘 홍대에서 그 반론은 조형물이 산산조각 나며 정당성을 잃었다.
 
진 교수 또한 언급했다. “(전략...)다만 그 사람들의 입을 ‘강제로 막아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물론 도를 넘은 언어폭력 및 비하는 지탄의 대상이고 사법의 심판을 내려야함이 마땅하다. 실제 실형 등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가 ‘문제아’ 인터넷 커뮤니티 하나를 품어 줄 수 없을 정도로 다양성과 너그러움을 상실했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학생(개인)들은 ‘1진 학생’을 멸시하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교사(정부 및 사회 측면) 마저 1진 학생을 다독이는 것을 포기하고 ‘갈구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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