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통권 환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인가?
작통권 환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인가?
  • 정흥진
  • 승인 2006.08.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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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 맞서는 진보, 더욱 굳건히 결집한다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 시점과 관련, 일부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일고 있다. 사회 양분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주국방’의 실현을 위해 작통권 환수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방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인해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작통권 환수는 거대한 걸림돌을 만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작통권 조기 환수 반대론자들은 한미동맹관계 붕괴 및 국방예산 증가에 대한 우려를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방부와 청와대의 해명이 있었듯이 반대론자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통권 환수에 반대 입장을 확고히 굳히고 있는 보수 단체들, 또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작통권 환수 논의는 이번 정권에서 이뤄야 한다는 진보 단체들.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 해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석해보았다. ◆ 국민적 불안 누가 가중시키나? 지난 23일 열린우리당 영등포 당사에서는 김근태 당 의장과 전직 군 장성들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 간 열띤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성우회 회원들이 작통권 환수 시기 문제와 관련 여권을 대변하고 있는 김 의장을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간담회는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양측의 팽팽한 논리 대결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간담회를 통해 성우회 회원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난과 함께 과거 국가적 위기 상황을 빗대며 작통권 환수 논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을사조약으로 국가가 넘어갈 때와 같은 비상사태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국군의 날에 작통권을 환수해야겠다는 노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또,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의 경우 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며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고 대통령이 안보에 소홀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또한 “독립국가가 독자적 작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이는 인기영합주의이자 포퓰리즘이고, 정치논리로 국가안보를 이용해선 위험천만하다”고 작통권 환수 논의가 재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성우회 회원들이 주장하는 요지는 결국 “작통권 환수는 백해무익하다”는 논리이며,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을 김 의장이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통권 환수에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김 의장은 “당론은 확고하다”며 “작통권 환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노태우 정권 당시에는 여기 계신 분들도 작통권 환수에 동의했다가 지금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높지 못하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성우회의 요구를 거절했다. 누구보다 우리 군의 실체를 잘 알고 있는 전직 군 장성들의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보수 단체들로 하여금 결집을 유도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작통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정책에 거대한 암초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보수 단체들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청와대는 재반박을 하며 작통권 환수의 당위성 및 안정성을 발표했다. 24일 황병무 국방발전 자문위원장은 “전시 작전통제권이 타국에 위임되거나 타국과의 연합 하에 운용된다면 군사적 이점은 있을 수 있을지라도, 외교나 안보 전략 운영에 있어서 주권의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전제로 작통권 환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최근 일부 보수 언론이나 전직 안보관료 및 전문가들이 전시 작통권의 문제 인식에 있어 주권 제약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군사력 운영의 효율성과 통합성이라는 군사적 단순 논리로 인식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그들의 논리에 반박했다. 황 위원장이 분석하는 보수 단체들의 주장 두 가지는 첫째, 한국전쟁의 충격과 그 후 한국 국민이 겪은 한미 안보협력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과 둘째, 우리 경제력 신장에 따른 자위적 방위력 강화에 대한 과소평가와 지나친 안보 신중론으로 나뉜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지난 1994년 12월 평시 작전통제권의 환수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이 환영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작통권 환수에 따른 한미동맹관계 와해의 우려에 대해 기우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 위원장은 “당시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주요 매체가 사설을 통해 평시 작전 통제권 환수를 독립 주권 국가로서의 위상과 국민적 자긍심을 회복한 한국군의 역사적 사건으로 환영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촉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황 위원장은 오히려 작통권 환수를 통해 군사적, 정치적 역할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작통권을 환수하게 되면 한미 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이를 대체하는 기구는 제한적인 협의 조정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근거에 따른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새로 구성될 협의기구는 “한반도 유사시 긴밀한 협조를 통해 양국의 군사력을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한국은 한반도 문제나 동북아 안보문제에 주권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의 결정에 있어서 행동의 자유를 보다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보수 단체들은 이러한 한미 군사지휘기구의 변화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지원 보장을 약화시키거나 주한 미군 철수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황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미상호 방위조약에 의거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유사시 증원이 보장되는 가운데 한미군 간 지휘관계 변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기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황 위원장의 해명에 따르면 작통권 환수 논의는 결코 시기상조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가 있다. 따라서 보수 단체들의 반발은 여권을 중심으로 한 진보단체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며, 어느 선까지는 정치적 목적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감춰진 정치적 목적 정부와 여당이 작통권 환수를 이번 정권에서 논의해야만 한다는 의지에도 정치적 목적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그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의 입장 또한 정치적 이유를 배제할 수는 없다. 우선 현 정권의 지지도가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작통권 환수는 진보 세력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져왔던 작통권 환수 논의에 불을 붙임으로써 지지율을 회복해보겠다는 공산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 해주는 좋은 근거로 그 시기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2012년을 주장하고, 이에 더해 미군은 2009년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2년일 경우 차기 정권의 마무리 시점으로 다음 정권 마지막까지 참여정부의 역점 사업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진보 세력을 결집시켜 차기 대권을 재창출하고 임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까지 사업을 끌고 가 차차기 대권까지 도전해보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차기 대권에서 정권을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작통권을 둘러싼 진보세력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차기를 건너뛰고 차차기를 기대해볼만 한 것이다. 물론, 성공적으로 환수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인생을 걸고 도전해볼 만한 사업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 단체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그토록 환영받던 정책 사업이 현 정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생트집일 뿐이다. 참여정부가 이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하루 빨리 무너지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작통권 환수는 제2의 참여정부 창출의 가능성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 단체는 지속적으로 안보 불안을 제기하며 국민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고, 진보 단체는 자주국방과 주권 회복을 주장하며 작통권 환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결국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 사회는 또 다시 둘로 나뉜 분위기다. 정치권을 위한 작통권 환수가 아닌, 국민과 진정한 국가적 담론을 위한 작통권 환수가 되어야 함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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