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보기 힘든 복잡다단한 ‘외제 승용차’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소비자의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제품 하자를 둘러싼 소비자와 업체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계약 조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 관련 제조물책임(PL)센터의 설립이 늦어지고 있고, 많은 수입차들이 소유주가‘법인’으로 등록되는 리스를 통해 판매되고 있어 개인 소유만을 다루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도 피해 구제 방법이 없다. 또한 그들만의 복잡한 유통경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제조자와 판매자로 명확히 구분되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복잡한 유통망을 갖고 있다. 수입차는 공식 판매업체 외에 알명 ‘그레이 임포터’로 불리는 병행수입업체, 신차 및 중고차 수입대행업체 등 다양한 판매경로가 있어 자칫하면 낭패를 당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식 유통경로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외국 수입차도 완성된 차를 들여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수입업체가 하는 일이다. 이런 회사는 외국 자동차메이커가 국내에 지사로 설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GM, 포드, 토요타, 혼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닛산, PAG(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등이 그렇다. 이와 달리 외국 자동차메이커와 계약을 맺고 수입권을 행사하는 업체도 있다. 일명 외국 수입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딜러들이 그 경우다. 푸조의 한불모터스, 포르쉐의 한성자동차, 페라리의 쿠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외국 업체의 국내 지사는 직접 판매는 하지 않고 딜러로부터 주문받은 완성차와 부품을 들여오고, 판매증진을 위한 마케팅 및 홍보, 광고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딜러는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만 맡고 있다. 그러나 외국 메이커와 수입권 계약을 맺은 회사는 수입과 판매를 병행, 딜러를 두면서도 직영 판매점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처럼 공식 수입업체와 계약한 대리점 또는 수입업체의 직영점을 공식 판매망으로 부르고 있다. 이들 공식 판매점에는 전시장 입구에 KAIDA(한국수입자동차협회) 공식 인증 스티커가 붙어있다.
◆병행수입업체
병행수입업체는 외국 현지 메이커가 아닌 딜러에게 차를 구입, 국내에 공급하는 회사다. 이들은 주로 미국이나 독일 등 큰 시장의 대형 딜러와 관계를 맺고, 현지에서 할인 판매하는 차들을 들여와 국내에서 되파는 일을 한다. 이런 병행업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공식 수입업체가 수입하지 않는 모델들을 다루고, 공식 수입사가 판매하더라도 그 차보다 가격을 싸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 수입업체는 일정 대수 이상 판매가 된다고 판단해야 수입하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한 만큼 차 값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비싸다. 값이 싼 차를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있는 것이 병행수입업체다. 병행수입업체는 회수해야 할 투자비가 없는 데다 외국 현지에서 덤핑에 가깝게 나온 차를 구입한 덕분에 판매가격을 낮춰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할 수 있다. 병행수입업체는 전시장의 간판이나 로고 상에 2개 이상의 브랜드가 붙어 있거나 한 전시장에 서로 다른 브랜드의 차기 전시돼 있는 예가 많다. 병행수입업체를 이용하려면 규모가 있고, 오래된 곳이 좋다. 또 실제 이들이 말하는 정비공장을 방문,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입대행업체
수입대행업체는 일종의 무역회사다. 요즘은 일반 무역업체가 외국차를 실제 소비자 이름으로 들여오지 않으면 수입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인터넷이나 각종 광고를 통해 실제 소비자를 모집한 후 현지에 나가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수입 대행한다. 병행수입업체의 변형격 이지만 요즘은 병행수입업체도 이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수입대행업체는 일반 신차를 주로 사용하기 보다 중고차를 많이 취급하는 특징이 있다. 새 차의 경우 국내에서 팔리는 차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렵지만 중고차는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자동차 구매 시 착수금 조로 선금을 받고 1~3개월 후 제품을 인도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선금을 날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 자동차 인도 후 회사가 없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부 악덕업체는 중고차나 하자가 있는 차를 신차로 속여 팔기도 한다. 외관상, 서류상으로 신차와 중고차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소 비싸더라도 수입차는 공식 딜러에게 사는 게 바람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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