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 연설 내용’엔 비판…협치 가능성엔 긍정적 평가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정운영 협력을 국회에 요청한 것은 물론 구조조정, 노동개혁 및 규제개혁 등 경제 관련 각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과 같은 강한 압박 정책을 지속해 나갈 뜻을 재확인했다.
오전 10시 26분부터 10시 53분까지 27분 간 진행된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은 내용 그 자체로 보면 국정 기조 측면에선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여소야대라는 20대 국회의 특성을 의식했는지 화법에 있어서는 과거와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 중 지난달 13일 3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들과의 회동 당시 합의한 3당 대표 회동의 분기별 정례화를 다시 언급하며 국회와의 소통 의지를 드러냈으며 이를 보여주듯 ‘화합(2회)’, ‘정치(2회)’, ‘상생(1회)’, ‘협치(1회)’, ‘소통(1회)’ 등의 단어를 연설 도중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 최다 언급된 ‘국민’ 다음으로 ‘경제’가 그 뒤를 이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는 데 있어 국회의 관련법 처리가 절실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의 해법으로 노동개혁이 필요하며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규제 개혁도 필수라고 역설했는데, 이를 위해 규제개혁특별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통과시켜 줄 것을 국회에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호소에 새누리당과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박수를 치지 않는 등 여전히 분명한 온도차를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이후엔 새누리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3당은 브리핑을 통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첫 발을 내딛은 20대 국회가 청와대와 발을 맞춰 ‘협치’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朴 대통령,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건 화합과 협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야당 등에 책임을 묻거나 국회를 줄곧 압박해 온 기존 어조에서 벗어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며 “이번 20대 국회는 상생과 화합의 전당으로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 서서,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설득하는 양상을 띠었다.
그는 이어 “정부도 국회와의 적극적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국정운영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국회와의 협력을 거듭 약속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국회 마비는 직무유기”라고 국회를 질타하거나 올해 2월 16일 있었던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수행 선서를 거론하며 야당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4법 반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야당을 향해 “견제와 균형,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다고 해도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에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당위적 어조로 촉구한 반면 이번 연설에선 ‘~을 해야 한다’는 표현보다 ‘~고 생각한다’나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식으로 한층 완화된 표현을 사용해 이런 변화를 더욱 뚜렷이 나타냈다.

연설을 마친 뒤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 등과의 회동에서도 박 대통령은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기준 앞에선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나갈 예정이니 국회 여러분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협조를 당부해 국회와 대결 구도를 형성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 20대 국회는 역대 아주 최단 기간에 개원을 하게 됐고 의장단 선출이나 원 구성도 원만하게 마련이 돼 헌정사에 좋은 선례로 앞으로도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 野 ‘박 대통령 연설’ 비판…‘소통’ 노력은 긍정적 평가
이런 박 대통령의 변화 때문인지 야권은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비난 일색으로 혹평하면서도 협치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광온 수석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과 관련해선 앞으로 국회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협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국회와 소통과 협력의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선 의미있게 받아들인다”고 총평했다.
국민의당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장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에는 서민의 고통 소리가 들리지 않고 구조조정의 핵심대책은 빠졌다. 우리 경제가 이 지경이 된 건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심해진 관피아, 낙하산 인사가 중요 원인인데도 한마디 반성도 없었던 건 유감”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고 3당대표의 회담정례화를 약속한 건 다행”이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은 한창민 대변인 논평에서 이날 연설 내용 전반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박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재확인한 3당 대표와의 회담 정례화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 표명이 없고 엄연히 원내 4당임에도 정의당을 빼는 협량한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 ‘朴 대통령’ 예우 놓고 野 반응 엇갈려

이처럼 야권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본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엔 각 당마다 일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더민주의 경우 박 대통령이 연설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거나 퇴장하는 동안에는 전원 기립했지만 대부분 박수는 거의 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면 국민의당은 연설 후 브리핑에서 내놓은 비판적 목소리와 달리 일부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입·퇴장 시 기립은 물론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연설 도중에도 적극 박수를 보내고 연설 뒤엔 악수를 청하는 등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 적잖은 온도차를 보였다.
이런 차이가 나게 된 것은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앞서 각 당마다 의원총회를 갖고 대통령 예우 방법에 대해 논의한 데 따른 결과로 비쳐지는데 더민주는 박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과 퇴장 때 기립하는 것 외엔 박수는 자율에 맡기기로 정한 데 반해 국민의당은 모든 예우를 의원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수차례 박수를 보내는 의원도 있는 반면 그저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의원들로 반응이 갈렸는데, 흥미로운 점은 최근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당에 한바탕 파장을 몰고 온 김수민 의원의 경우 박 대통령이 근처를 지나가자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박 대통령의 발언 도중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야권의 반응 외에 무소속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는데 가장 이목을 끈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 입·퇴장 시나 연설 도중을 막론하고 박수를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며 여당 의원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고수했다.
박수 친 인원 규모만으로 보면 더민주를 제외하곤 대부분 호응하는 분위기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된 것 같지만 이날 여야 의원들로부터 실제 나온 박수 횟수는 총 21차례로 여태까지 박 대통령이 임기 중 가진 5차례의 국회 연설 중 올해 2월 16일 시정연설 때 16회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박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5차례의 연설을 통틀어 야당 의원의 박수를 받은 적은 지난 2014년 10월 29일 시정연설 도중 복지를 강조한 부분에서 일부 있었을 뿐 그간 새누리당 의원들 외엔 야당 의원 누구도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야권에서도 박 대통령 연설에 호응을 보냈다는 점은 어느 정도 ‘협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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