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개헌론, 실현 가능성 있나
불붙은 개헌론, 실현 가능성 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 野 ‘책임총리제 등 분권형 개헌’ 입장
▲ 20대 국회 시작부터 개헌 문제가 다시 화제로 떠오르면서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0대 국회가 이제 막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벌써부터 개헌 논의 조짐이 불거지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발동을 건 이래 15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개헌 논의에 대해 “내년 4월 예정된 보궐선거 쯤 국민투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구체적 시기까지 언급하면서 점차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 의장이 국회 사무총장에 자신의 측근으로 꼽히는 전병헌, 오영식 등을 제쳐두고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임명했다는 점부터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여야 내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나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일부 주요 인사들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그간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어온 개헌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靑 반발에 막혔던 ‘개헌’, 이번엔 가능할까
 
개헌에 대해선 일찌감치 지난 2014년 10월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가운데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룰 텐데 이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며 “‘All or Nothing’ 게임이기 때문에 권력 쟁취전이 발생하고 있는데 권력을 분점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원집정부제 검토를 제안한 바 있다.
 
이원집정부제란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가 절충된 제도로, 현행 87년 체제 산물인 5년 단임의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와 달리 통치 권력을 대통령과 총리로 이분화해 대통령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즉, 외교나 군 통수권 등 국가원수로서 대외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할 때는 대통령이 나서지만 내각의 행정권은 총리가 행사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김 전 대표 등 여권 내 이원집정부제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의회소집·해산권은 가지면서도 지위 면에서 대통령보다 총리를 우위에 두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이 소식을 접한 박근혜 대통령이 진노하면서 파장이 커지자 하루 만에 사과하고 개헌 논의 가능성을 접어버렸다.
 
이렇게 여권 내에서 잠잠해지는 듯했던 개헌론은 지난해 11월 친박계 핵심 인사인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과 친박 총리’ 구상을 내비치며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정책 일관성도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발언해 다시금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엔 이른 감이 있었지만 친박이 당내 다수를 이루고 있는 현재 20대 국회 상황에 비쳐본다면 이를 미리 꿰뚫어 본 주장이라 할 수 있는데, 홍 의원의 발언에 며칠 앞서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도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에 참석한 자리에서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역설했다는 점에 비쳐 개헌론이 홍 의원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기보다 친박 내부에서 어느 정도 조율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이른바 ‘진박’으로 꼽히며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정종섭 의원이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경력을 내세워 현재 개헌을 다루는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이번에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된 친박계 김재원 전 의원 역시 내각제 개헌론자라는 점에서 개헌 논의가 과거 김 전 대표의 상하이 사태 때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13일 국가전략포럼이 주최한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 세미나만 봐도 친박계 차기 당권후보 중 한 명인 이주영 의원을 비롯해 비박계에선 김무성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계파를 막론하고 함께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에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12년 11월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에 대해 지지를 표한 바 있지만 구조조정 등 각종 경제 개혁이 시급한 현 시점에 국회가 개원부터 ‘개헌 논의’에 휘말려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후반기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14일 국회에서 회동한 가운데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우)는 개헌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반면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좌)는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청와대의 인식을 보여주듯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국회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 중 정 의장이 개원사부터 개헌 문제를 거론한 점을 꼬집어 “20대 국회를 처음 시작하면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협치하자고 했는데,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지난 19대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꺼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 野 ‘개헌 논의’ 필요성 역설…先 주도 포석?

 
반면 이 자리에서 야권인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협치는 동의하지만 30년 전 헌법에 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를 금기할 필요는 없다”며 “새누리당에서 이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것을 포함해서 단임 대통령제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다. 피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수석 뿐 아니라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역시 같은 날 “개인적으로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각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한층 개헌 논의 필요성을 부채질했고, 같은 야권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박 대통령이 개헌에 나서줬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을 갖고 있다”며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이렇듯 야권에서도 개헌 논의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더민주의 경우 큰 틀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총리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여당이 관심을 갖는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분산시키고 국무위원 인사권을 총리에 이양하는 데 방점을 두는 분권형 개헌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또 이런 책임총리제 외에 대통령은 4년 중임제로 할 것을 주장했는데,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이미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4년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한 바 있다.
 
다만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같은 당 박 원내대표와 달리 아직 개헌 논의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데 지난 10일 최고위 회의 직후 “더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을 위해 계승할 부분은 확고히 이어가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최고위에서 발언한 부분이 개헌 논의를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을 기자들에게 받자 “제가 개헌까지 시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15일 최고위 직후엔 최근 화두가 된 개헌 논의 필요성과 관련해 “권력구조 이야기만 한다면 일반인들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다”며 “먼저 국민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밝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부에서는 개헌 논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논의 시점을 두고 이견 차가 나왔는데,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달 1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손을 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개헌은 차기 대권 후보들이 나라의 권력 체체나 국정 운영 방식을 고민하며 제기할 문제이지, 임기 말에 개헌이 되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혁보다 시급한 건 선거제도의 변화”라며 “이 문제부터 시작해야 다른 권력구조 개편이나 내각제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혀 개헌 논의 의사는 있으면서도 그 시점은 뒤로 미뤄두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헌법 개정에도 절차상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마냥 미뤄둘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혹은 대통령의 의지로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대통령이 개헌안을 20일 이상 공고하는 데 이어 국회는 개헌안 공고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 의결해야 되며 의결되자마자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유권자 과반 중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되므로 적어도 수개월은 필요하다.
 
이를 고심했었는지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15일 PBC라디오에 나와 개헌 논의 시점과 관련, “여야가 그동안 개헌특위에서 조용히 논의하다가, 연말 정도 되면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면 된다”며 “내년 4월 예정된 보궐선거쯤에 국민투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우 사무총장은 이어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정도 남았고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올해가 개헌의 적기”라며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들에게 정말 나라를 위한 비전을 제공한다면 연말에도 타협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그는 이 같은 전망을 내놓는 근거로 “개인적으로 대선후보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개헌 논의에) 동의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반응은 아직 모르겠지만 여야 간 지금 정치를 오래 한 지도부들은 다 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헌에 대체로 회의적일 차기 대권주자들조차 현 시점을 개헌 논의의 적기로 인식하고 있는 데에는 여야 모두 뚜렷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여권에선 ‘반기문 대망론’을 부채질했지만 여전히 반 총장이 입장을 분명히 표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그 외에 다른 대안후보가 없다시피 한 문제가 있고, 야권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분열돼 있어 대선 승리를 어느 쪽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단 개헌 논의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세부적인 방법론에서 여야 간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개헌특위가 구성된 이후 순탄하게 논의될 것인지는 아직 섣불리 확언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