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 업주와 경찰의 숨바꼭질
게임장 업주와 경찰의 숨바꼭질
  • 김윤재
  • 승인 2006.08.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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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잠수, 유영 반복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경찰 단속이 강화되자 게임장 업주들이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다가 단속이 뜸한 심야시간대를 틈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들은 낮에는 게임장 출입문에 '휴업', '내부수리 중', '게임기 업그레이드 중' 등의 안내문을 붙여 놓고 문을 걸어 잠가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가 자정께부터 단골을 위주로 손님을 끌어모아 영업을 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28일 게임기에 예시와 메모리 연타 기능을 추가, 심야시간대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위반)로 강모(43)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이 업소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심야시간에만 영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오전 1시 30분께 게임장을 급습, 혐의를 확인한 뒤 게임기 보드판 55개를 압수했다. 대구시 서구의 한 게임장 역시 이에 앞서 27일 오후 11시 외부 간판 및 내부의 조명을 모두 꺼 놓고 몰래 영업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지역 게임장 밀집지역인 서면의 경우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막지 못해 심야시간을 이용, 손님들을 뒷문으로 출입시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곧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할 방침이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일반 게임장과 다른 업종인 성인PC방의 경우 돈이 오가는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 단속을 따돌리기 위한 방법이 더욱 교묘하다. 경남 창원시의 한 PC방은 철재 대문에 '점포 세 놓음'이라고 붙여 놓고 단속을 피한 뒤 구석진 쪽문을 통해 약속된 신호를 보내오는 손님들만 골라 받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단속 경찰관조차 이 PC방이 영업을 하지 않는 줄 않고 돌아가려다 PC방 앞에서 신호를 보낸 뒤 업소에 들어가는 중국집 배달원을 따라 들어가면서 단속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PC방도 3층 술집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출입문을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개업 4일만인 지난 25일 경찰에 적발됐다. 이처럼 경찰의 강력 단속에도 불구하고 심야시간대 게임장 영업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게임장을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업주들이 투자비 보전을 위해 경찰 단속을 각오하면서까지 영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초기 업주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게임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단속 경찰관에 항변했지만 예시 및 연타 기능도 단속대상이 된 이후에는 이 같은 주장이 통하지 않자 아예 낮에는 쉬고 경찰단속이 뜸한 밤에 영업을 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게임에 중독된 단골 고객들이 업주들에게 영업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는데다 '밤에라도 영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유혹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심야 영업 기승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게임장 단골 이용객들은 게임장 곳곳에서 문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 보며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가 하면 심지어 형사 신분을 눈치채지 못한 채 사복 형사들에게 '이 게임장 영업 안 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단속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낮에는 대부분의 게임장이 문을 걸어 잠가 단속 실적을 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라면서도 "최근 심야시간대에만 영업을 하고 있는 게임장이 적지 않다는 첩보에 따라 경찰서 사정에 따라 단속 시간대를 심야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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