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에서 성형 수술을 하다가 과실로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성형외과 의사 정모씨(34)가 사법 심판대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가 환자 이모씨(26)의 귀 부위 광대뼈를 톱으로 깎다가 실수로 측두골을 건드려 뇌출혈을 유발한 것.
광대뼈 수술은 제일 튀어나온 부위를 깎는 시술로,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안 또는 머리쪽을 통해 수술을 하게 된다. 입안은 흉터가 안 보이는 대신 수술시야 확보가 어렵고, 머리쪽은 시야확보가 좋은 반면 흉터가 남게 된다.
시야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뼈 절제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뼈를 절제하거나 덜 절단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며, 과다한 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시술이다.
이번 사건 외에도 광대뼈를 비롯한 안면 윤곽술 시술 도중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적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렇게 성형수술 관련 의료사고는 비단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뉴스와 신문 등을 통해 이미 여려 차례 성형시술 도중 사망한 사례가 보도 된 바 있으며, 이 같은 사례가 계속 이어지자, KBS의 추적 60분에서는 성형 부작용의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원정성형까지 합세해 도통 불황을 모르고 늘어나는 성형외과 시술만큼 의료사고 역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 심지어 ‘의료사고가 한 집 걸러 하나씩’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왜 성형수술 시 사망 등의 의료사고는 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성형수술로 인한 의료 사고의 절반 이상이 마취 부작용으로 발생한다고 말한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마취 관련 의료사고는 사망률은 수술 1만 건당 한 건. 마취 전문의가 아닌 의사나 간호사가 전신, 정맥마취 등을 시술하는 문제가 가장 많다.
환자의 상태나 수술에 맞는 마취 뿐 아니라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의원들의 경우 사실상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시스템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마취 관련 부작용 사고를 더욱 야기할 위험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A 의원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받은 모 환자가 마취 중 감시 및 관찰 소홀로 인해 심정지 상태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마취 중에 심한 혈압하강이나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증 발생으로 뇌손상을 입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는 마취중 환자에 대한 감시와 관찰을 소홀히 해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술 유형별로는 안면윤곽술과 지방흡입술 시술시 비교적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들의 경우 비교적 시술이 어렵고 복잡한 대수술로서 의사의 경험과 숙련정도에 따라 과다출혈, 장기 손상, 색전증 등의 위험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지방흡입술은 대수술인 만큼 사고의 위험도 높다. 장시간 초음파에 노출될 경우 수술 부위에 체액이 고이는 장액종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시술 중에 혈관을 다쳐 지방조직이 혈관속의 피와 섞여 폐에 색전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수술 전 마취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문제. 지방을 널리 퍼지게 해 지방흡입을 쉽게하는 마취제는 근육이완제, 진통제 등을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심장마비, 간기능 저하 등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발생 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대 후반의 여성이 전신마취를 한 상태로 지방흡입시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는데, 복부 지방흡입 전에 ‘투메센트’라는 마취용액을 상복부에 투여하는 순간 호흡곤란과 심장이상을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한 성형수술 시 환자의 병력 등을 자세히 검사 하지 않고 시술하는 것도 문제다.
수술 전에 심전도, 간기능, 혈액, 소변 등의 검사 후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시술이 이루어 져야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퀵 성형술’등의 간편 시술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뇨병, 고혈압, 빈혈, 간질환 등 지병이 있는 환자, 심장이나 폐에 질환이 있는 환자 등은 시술을 피해야 하지만 충분한 검사가 이루어 지지 않아 간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간질 발작으로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밖에 비전공자들이 비교적 짧은 지식과 임상경험 등으로 고난이도의 수술을 하는 사례가 많아 이 또한 성형수술 관련 의료사고를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오갑성 교수(성형외과)는 “자신의 신체형태보다 큰 보형물을 삽입하는 등 무리하게 수술을 시도하거나 너무 자주 수술을 받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경험 있는 전문의가 충분한 검사와 준비를 거친 뒤 시술하는 것으로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미용수술의 경우 다른 수술과는 달리 수술 결과에 대한 불만족으로 자살을 비롯한 합병증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 전문가들은 성형외과 수술시 합병증 예방 뿐 아니라 합병증 발생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장비의 부재를 꼬집으며, 종합병원과 개원가를 연계하는 어텐딩시스템 등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