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송영길 양강 구도 속 이종걸·박영선 고심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김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서 이탈한 데 대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오던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제3의 후보가 출마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이대로 양강 구도가 될지 다수가 경쟁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박영선 의원과 이종걸 의원이 김부겸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진 바 있는데, 이 중 박 의원은 24일 오전 당 비대위에서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부겸 불출마, 추미애-송영길 2강 구도 가나
김부겸 의원은 23일 오전 ‘8·27 전대에 불출마합니다’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가 나오면서 여러 선후배 의원님들이 출마를 권했고 저 스스로 고민도 했다”면서도 “그런데 당은 꼭 제가 아니라도 수권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상 당권 도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말해 대권 출마로 가닥을 잡았음을 암시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갑자기 당권 도전 포기 쪽으로 힘을 실은 이유에 대해 “(지역구인) 대구가 신공항 문제 때문에 쇼크가 커 내일부터 지역에 가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돼서 지금 이 문제를 정리해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당내에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가 변수가 되지 않아야 하니, 오늘 불출마 입장까지만 (밝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김 의원이 빠지면서 현재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힌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의 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각자 친노와 비노에 속한 추 의원과 송 의원은 서로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하며 설전을 이어갔는데, 송 의원이 호남 출신임을 앞세워 ‘호남대표론’을 강조하자 본인은 아니지만 남편이 호남 출신임을 내세운 추 의원은 ‘호남 며느리론’으로 맞불을 놓는 식이다.
앞서 지난 20일엔 비노인 송 의원이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 측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카드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것인지, 그리고 호남민심을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면으로 경쟁해 정책적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당 대표가 누구인지 판단할 것”이라며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송 의원은 친노 좌장격인 무소속 이해찬 의원의 복당 카드까지 꺼내들며 친노 측에 노골적으로 구애했는데 “충청권에서 이번에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이해찬 의원을 우리 당으로 모셔서 같이 힘을 합하는 것이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호남 대표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대권후보도 예비후보도 호남출신이 없는데 당 대표를 호남이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라고 한 데 이어 23일엔 SBS라디오에 출연해 호남 표심과 관련, “대선후보가 비호남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라며 “그랬을 때 가능하면 호남 출신의 당 대표가 돼서 같이 협력해 손잡고 뛰는 게 정권 교체 희망을 높이는 것 아니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더민주에서 나와야 비호남 출신 대선후보가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밀어내고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인데, 그래서인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면에서 (호남지역 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경쟁후보인 추미애 의원도 호남 관련 발언을 쏟아냈는데, 지난 20일엔 전남 여수에서 개최된 광주시당 핵심당직자 연수대회에 참석해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호남특위 위원장을 맡아 호남의 예산과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영남 출신이란 점이 호남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을 의식했는지 추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선 분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통합’의 당 대표, 특히 대선후보를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는 강단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강연 뒤 만찬에선 “영남의 딸, 호남의 며느리가 당 통합과 대선승리를 위해 광주 ‘잎새주’, 대구 ‘참소주’로 통합주를 준비했다”고 건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추 의원은 친노인 문재인 측에 힘이 실려 있는 당내 대권 경쟁 구도를 의식한 듯 친노 소속인 자신이 대선후보를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 데 이어 송 의원에 비해 자신이 취약한 호남 표심을 공략할 뜻을 적극 나타내 당권 도전도 지난 12일 광주에서 공식 선언한 것은 물론 이날은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여수·순천·광양을 순회했으며 오는 26~27일에는 전북지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추 의원은 20대 총선을 통해 호남 지역구를 대부분 장악한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당대당 통합 필요성을 내비쳤는데, MBC라디오에 출연한 그는 “우선 당대당 통합을 바로 꺼내는 것이 아니고 분열과 분당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지지자부터 위로하는 것이 민주당에서 먼저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당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은 가장 간절하게 통합을 원하고 있는 세력이다. 당대당 통합과 세력 간 지지자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합을 추진해야 될 것”이라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섣부른 오해를 부를 것이라 여겼는지 추 의원은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선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야 경쟁이 돼선 안 되고 여야 경쟁으로 야권이 함께 해야 된다는 그런 얘기”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비주류, 단일화-각개 난립 고심 거듭
이처럼 추 의원과 송 의원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비주류 후보들이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종걸, 박영선, 신경민, 이인영, 김진표 등의 다선 의원들이 물망에 올라 있다.
김진표, 이인영, 신경민 의원도 이달 안으로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김부겸 의원의 출마 여부와 결부되며 일찌감치 회자됐던 이종걸, 박영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당권 도전 의사를 접은 김부겸 의원에 예전부터 출마하라는 의사를 보냈었고, 박 의원과 이 의원은 김 의원과 함께 중도 성향 비주류 모임인 ‘통합행동’ 출신이란 점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앞서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송영길 의원 역시 통합행동 소속이지만 출마 의욕에 비주류 단일화를 일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비주류 내 유력한 단일후보로 김부겸 의원을 주목하며 이종걸 의원과 박영선 의원 모두 당권 관련 입장 표명을 미뤄왔음에도 결국 김 의원이 불출마하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종걸, 박영선 의원과 당권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모여서 그림을 짜는 그런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단일화는 앞서나간 얘기라고 치부했는데, 적어도 이 의원과 박 의원은 비주류 후보 단일화에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김 의원이 불출마한다한다고 해도 이 의원과 박 의원 중 한 명이 단일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추미애-송영길-단일후보라는 3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데, 박 의원이나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비주류인 송 의원은 지난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단일화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는 만큼 비주류 단일화가 세 번째 후보의 가세라는 형태로 나올 것인지 이미 출마한 송 의원이 비주류 대표 후보가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비주류 내 단일화 흐름에 친노인 추 의원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2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계파 정치를 비판하는 쪽(비주류)에서 (단일화를 추진하고) 그런다면 또 계파정치를 왜 하느냐는 오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한 데 이어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단일화보다는 뜻이 있는 분들은 다 올라와서 지지자들을 다양하게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이는 비주류 후보들이 단일화하는 것보다 군소 후보가 난립하는 형태로 개별 출마하는 편이 비노 측 표가 갈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로선 비주류 후보들의 각개 출마가 유일한 친노 측 후보인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판단한 데 따른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후보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2강 구도냐, 3파전으로 흐를 것이냐도 향후 더민주 당 대표 경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번 달 내로 대부분 당권 도전 후보군이 어느 정도 분명히 정리된다면 보다 명확하게 전당대회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