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더민주 ‘인척 채용’ 논란…국민의당 ‘김수민 사태’에 대표 사퇴

먼저 국민의당은 ‘김수민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 구속되면서 최대 위기 상황에 몰린 끝에 대표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검찰에 해당 의원들이 기소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로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에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29일 안철수 대표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동반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로 인해 지도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돼 당은 더욱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이 와중에 서영교 의원의 ‘가족 특혜 채용’ 논란으로 연일 새누리당으로부터 비난받아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에서도 29일 자당 소속의 박인숙, 김명연 의원 등이 같은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자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거대 양당이 모두 ‘특혜 채용 문제’로 얼룩지면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게 돼 이를 반전시키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의정을 이끌어야 할 3당이 모두 개원한 지 채 1달도 안 되어 내부 문제로 위기에 봉착하면서 20대 국회가 개원 초 약속한 대로 본연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 ‘특혜 채용’ 논란 휩싸인 與野, 뒤늦게 내부 단속 나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소속인 서영교 의원이 지난 2014년 자신의 딸을 5개월 간 의원실 인턴에, 5급인 비서관에는 친동생을 채용한 데 이어 후원회 회계책임자에는 친오빠를 등록한 것은 물론 보좌진으로부터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사실상 ‘상납’ 받았던 사실이 다시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한 바 있다.
이 중 보좌관 급여를 정치후원금으로 받은 사안 외엔 모두 시효가 지나서 500만 원 이상 후원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 외엔 더는 고발할 수 없었지만 이를 더민주 지도부가 사전에 인지하고도 공천을 줬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일각에선 당시 공천에 영향을 미치던 김종인 비대위 대표 등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수민 사태’로 궁지에 몰린 국민의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까지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여 야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연일 높아지자 새누리당은 이를 기회로 두 야당에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하태경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에 대해서도 가족 보좌진 채용 여부를 전원 조사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보였으나 제안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박인숙, 김명연 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에 채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
그나마 김명연 의원의 경우 현재 친인척 관계가 아닌 옛 동서를 보좌관에 채용했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라도 있지만 박인숙 의원은 5촌 조카를 5급 비서관으로, 동서는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민주를 맹비난했었던 당 지도부를 도리어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처음엔 법적·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버티던 박 의원도 야당을 향했던 여론의 비난이 여당으로도 향하기 시작하자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의원의 보좌진 가족채용 문제로 국민이 분노한 시점에 제가 보좌진 친척 채용으로 다시 논란을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당장 두 보좌진의 인사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뒤 보건복지위 간사직에서도 물러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 격이 됐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친인척 채용’ 논란의 역풍을 맞자 그동안 서영교 의원 문제로 구석에 몰려있었던 더민주는 이를 반격의 전기로 삼아 보좌진 급여를 상납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까지 박 의원과 함께 묶어 새누리당에 맞불을 놨다.
특히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어제 새누리당 대변인까지 나서서 우리 당과 국민의당을 비난하는데, 같은 잣대로 이군현·박인숙 의원 문제를 처리해 달라”며 “남의 당을 욕하긴 쉬워도 자기 개혁이 어려운 법이다. 새누리당의 정치개혁 의지가 진심이라면 두 분에 대한 처리에서 국민에게 혁신의 길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새누리당도 부랴부랴 맞대응에 나섰는데, 지상욱 새누리당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의원들이 8촌 이내 친인척을 보좌진에 채용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기로 했다”며 즉각 대책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대위는 ‘파렴치한 행위’로 기소된 당원에 대해선 입건되자마자 당 윤리위에 회부하도록 윤리 규정도 강화했다고 공표했다.
야권도 친인척 채용을 금하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는데, 이미 더민주는 지난 20일 백혜련 의원이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때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29일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의 보좌진 채용 뿐 아니라 선거사무장, 후원회 회계책임자 선임까지 금지하는 ‘국회의원 셀프채용금지3법’을 발의했다.
아울러 더민주는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을 빚은 서영교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오는 30일 열리는 당무감사원 회의를 통해 결론내리기로 했는데 이번 사안이 당에 미친 파장이나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제명과 같은 중징계까지 내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29일 비대위에서 이군현·박인숙 등 특정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아직 거론하진 않아 그저 잠시 주요 직위에서 물러나고 사과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김희옥 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 모두에게 공문을 통해 “금일 비대위에서 국회의원 본인 및 배우자의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와 보좌진 허위 임용 및 급여 유용 금지 결정에 따라 현재 해당사항이 있다면 빨리 시정 조치하고 향후 이런 관행이 드러날 경우 징계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소급 의사’가 없다는 뜻을 드러내 이런 해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더민주에서 불거졌던 바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는 의원이 어떻게 후보자 검증을 통과해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었는지도 새누리당 공천위를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당시 공관위원이었던 황진하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박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해 공관위의 허술한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다시금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민의당, ‘김수민 사태’ 위기 넘길 수 있나

지금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인해 여타 쟁점에 좌고우면할 여유조차 없는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상임공동대표가 아직 김수민·박선숙 의원 관련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그간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29일 전격 사퇴키로 결단함에 따라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안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이래 이번이 두 번째인 ‘대표직 사퇴’ 카드가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할 상수가 될 것인지, 오히려 실효성 없이 지도부 공백만 초래한 무책임한 결과가 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일단 새누리당이나 더민주처럼 국민의당도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해졌다.
지도부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두 공동대표의 사퇴를 극구 반대한 대다수의 최고위원들은 결국 사퇴로 결론 나자 가장 시급한 지도부 공백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즉시 논의에 들어간 끝에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상돈 최고위원의 건의에 따라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전하면서 전당대회 시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당헌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당대회 시점까지 (비대위원장) 임기가 이어진다”고 말해 사실상 ‘박지원 원톱 체제’로 전환됐음을 알렸다.
우선 지도부 개편은 김수민 사태로 뒤숭숭해진 당 분위기를 쇄신할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박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비대위 구성을 마치는 대로 최고위와 협의해 의결 절차를 거친 뒤 최고위는 해산하고 비대위 체제로 당을 이끌어 나가게 되며 퇴진한 안 대표는 별개로 대선 행보에 집중하게 되는 만큼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형태로 당이 운영될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당장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당까지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임시기구를 통해 20대 국회를 이끈다고 해도 8월 이후부터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선출된 당 대표를 중심으로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지만 아직 전대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국민의당은 여전히 홀로 비대위라는 불안정한 체제를 유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거대 양당에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