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의 무모한 실험? 무상의료 현실화될까
민노당의 무모한 실험? 무상의료 현실화될까
  • 박수진
  • 승인 2006.08.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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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이 무산될 경우 개정법률 무용지물 될수도
동네병원에서도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민주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의료 관련 8개 법안이 과연 어디까지 현실화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대 국회 초반에만 해도 다소 무모한 시도로 평가받았던 무상의료 법안이었지만, 첫 본회의 통과 법안이 나오면서 그 실현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상의료 관련 8개 법안은 이번에 통과된 전염병예방법 개정법률을 비롯해 △의료급여법 △모자보건법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지역보건법 △보건의료기본법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 등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말한다. 이들 법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만약 그 일부라도 통과될 경우에는 이름 그대로 ‘무상의료’ 수준의 공공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8개 법안을 대표발의한 현애자 의원은 “무상의료는 큰 병에 걸리면 생명 뿐만 아니라 과도한 병원비로 집안마저 송두리째 잃고 마는 대한민국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했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현 의원은 또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따뜻한 의료보장제도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도록 '암'부터, 7세 미만부터 차근차근 무상의료를 시행해 나간다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 1호 ‘전염병예방법’ 29일 현애자 의원실은 무상의료 1호 법안으로 추진해온 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17대 국회 들어 3년만에 첫 무상의료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 이날 통과된 전염병예방법 개정법률에 따라 내년 7월부터 만6세 이하 아동(미취학 아동)부터 11종 전염병, 7종 예방접종백신이 일반 병의원에서도 무료 접종이 가능해졌다. 현재까지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반 병의원에서는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현 의원측은 무료 접종 확대를 위해 연간 약 916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번 개정법이 시행되면 현행 70%에 머물고 있는 예방접종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약 45만8000원씩 부담했던 가계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병의원 예방접종비 지원을 만6세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있는 무상의료 법안들 하지만 아직 남은 법안이 7개나 더 있다. 가장 눈에 띠는 법안은 국민건강보험법으로 가장 많은 개정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요양급여의 대상선정 방식을 사실상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미용성형 및 이에 준하여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을 제외하고는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게 했다. 즉,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또한 요양급여자 중 임산부와 7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본인일부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이 전액 부담해 사회적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료 납부액 중 국가 및 사용주 부담비율을 현행 50%에 60%로 상향조정했다. 의료법과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안도 파급력 면에서는 만만치 않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지역별 병상 수급총량을 조절하는 ‘병상총량제’ 도입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병의원의 개설허가 시 광역시·도별 병상총량에 따라 제한 범위가 커질 전망이다. 의료급여법안의 경우 의료급여대상을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1·2종으로 나눠져 있는 의료수급권자의 종별구분을 없애 급여비용 전액을 전액 국가가 지원토록 하고 있다. 현 의원측은 “의료급여제도가 저소득계층의 의료보장을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하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이외의 저소득계층이 제외돼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통과 열쇠는 결국 ‘돈’ 무상의료 관련 8개 법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예산 해결 없이는 법안의 국회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될 건강증진기금 예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 시행을 장담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29일 저녁 복지부는 곧바로 제도 시행과 관련해 단서를 달았다. 복지부 질병관리팀은 “개정 법률에 따라 기획예산처에 민간병원 예방접종 지원예산 501억원을 요구한 상태”라며 “다만 이 예산이 담배값 인상에 따른 건강증진기금 예산사업인 만큼 담배값 인상이 안될 경우 일반병의원에서의 예방접종은 현재처럼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담뱃값 인상이 무산될 경우 개정법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민노당의 무상의료 법안의 국회 통과는 예산확보라는 암초에 갖혀 있는 상황이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한꺼번에 발의한 무상의료 8개 법안의 대부분이 막대한 예산확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국고 지원액을 1조원 이상 늘리고 담뱃값을 올린 덕분에 간신히 흑자로 반전됐다가 4년 만에 다시 20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선 건보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법안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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