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 같은 영화, 초기걸작 5편 한국 최초공개'
여성영화의 장인, 멜로드라마의 천재로 불린 나루세 미키오의 걸작 20편이 부산을 찾는다. 개관 이후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와 같은 일본 거장 감독을 소개해 온 시네마테크 부산은 또 한 명의 거장 감독 나루세 미키오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한눈에 확연한 스타일이 드러나지 않는 나루세는 그 때문에 가장 늦게 발견됐지만, 날이 갈수록 평가가 높아져 오늘에는 “빛의 사용에 통달한 거장 중의 거장”(장 피에르 리모쟁), “영화만이 가능한 한없이 풍요로운 단순함의 미학의 실천가”(하스미 시게히코)로 추앙되고 있다.
나루세 감독은 1905년 도쿄 출생으로, 1930년 단편희극 '찬바라 부부'로 데뷔하여 유작 '흐트러진 구름'(1967)에 이르기까지 무성에서 유성, 흑백에서 컬러의 시대를 넘나들며 89편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생전에 다른 감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를 통해 일본의 4대 거장으로 불리웠고, 수잔 손탁, 장 두셰 같은 저명한 평론가들에게 칭송을 받았다. 또한 다니엘 슈미트와 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과 같은 거장들이 경의를 표했다.
이번 회고전에선 그의 대표작들뿐만 아니라 '아내여, 장미처럼'(1935)에서 시작하여 '소문난 처녀'(1935) '츠루하치 츠루지로'(1938), '진심'(1939)과 같은 그의 초기작 4편도 선보인다. '소문난 처녀'와 '진심'은 반세기 이상 상영본이 없어 공개되지 않다가, 90년대 후반에 복원된 영화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게 된다. 또한, 다카미네 히데코가 나루세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한 '버스 안내양, 오코마'(1941)와 '오누이'(1953) '흐트러지다'(1964)도 국내에서 처음 상영된다.
서민극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당시 프랑스에서 개봉된 유일한 작품인 '어머니'(1952)를 비롯하여 '번개'(1952) '부부'(1953) '아내'(1953)와 같이 2차 대전 후 야기된 사회 문제로 가족이 겪게 되는 고뇌를 담은 작품들도 상영된다. '만국'(1954)과 '흐르다'(1956)는 게이샤의 삶을 조명하는 데, 특히 '흐르다'는 나루세의 가장 비통한 작품 중의 하나로 퇴락한 게이샤들의 눈물 나도록 슬픈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익히 알려진 걸작 '부운'(1955)과 '흐트러진 구름' '산의 소리'(1954) 등은 나루세 영화의 최고 정점을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되는 20편의 작품은 나루세 감독 특유의 빛과 등장인물들의 움직임, 그리고 시선을 섬세하게 다룬 탁월한 연출과 함께 야마다 이스즈, 다카미네 히데코, 다나카 기누요 등의 당대 여배우들이 펼치는 애환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거장의 위대함과 깊이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시네마테크 부산과 동숭아트센터과 공동 개최하는 “나루세 미키오 회고전”은 8월 하이퍼텍 나다 상영에 이어, 9월 1일부터 17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국내 최대규모인 20편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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