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악용 처벌 강화해야…면책특권 폐지도” - 野 “정치적 책임 그쳐야”

일단 새누리당은 면책특권 축소나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면책특권이 권력 견제 기능으로써 필요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30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인물이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가 허위사실인 것으로 밝혀지며 면책특권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화됐는데 야권 내에서도 일부 무책임하게 폭로하고 보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입장차를 보여주듯 더민주 내에서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조 의원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는 구두 경고를 준 반면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 그 권한까지 제약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선 과감하게 싸우겠다”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 헌법 명시된 ‘면책특권’ 수정 가능한가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라고도 하며 대한민국 헌법 45조에서는 이를 분명히 보장하고 있다.
이 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 내 본회의와 위원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선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고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으로 추궁당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즉,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직무와 관련해 내놓은 어떤 발언에 대해 국회 내에서 징계를 당하거나 소속 정당에서 징계당할 수는 있더라도 국회 밖에선 어떤 책임도 면제되는 책임면제제도란 점에서 국회의원의 체포를 일시 보류해주는 불체포 특권과는 성질을 달리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 안에서 직무와 관련만 됐다면 허위 사실을 폭로해 특정 개인을 음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소속정당이 적극 징계하는 등 원내에서 별도의 제재 움직임이 없지 않는 이상 해당 국회의원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도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만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사정정국을 이용한 여권의 야당 의원 탄압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로 여겨져 왔던 점도 있어 야권에선 면책특권에 손을 댄다는 것을 ‘재갈 물리기’라며 민감하게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나 상임위 질의, 청문회 등의 의정활동 중 제대로 진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정치공세식 폭로전을 벌이는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어느 정도 제한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조응천 사태를 계기로 여야는 면책특권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분명히 드러냈는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조 의원의 허위폭로에 대해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라며 “한 개인의 무책임한 폭로로 (대법원 양형위원이)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몰렸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일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면책특권 제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 역시 이 자리에서 “무책임한 허위 폭로나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폐해에 대해 국회 자체 징계나 소속정당의 징계로 책임을 지우는 건 면책특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해서도 헌법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논의의 핵심은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본연의 활동은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을 드러냈는데, 이런 방향에 대해선 국민의당 등 일부 야권에서도 동조하고 나섰다.
실제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면책특권 논란과 관련, “야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면책특권을 아예 없앤다고 하면 국회가 마비되고 국회의 존재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며 완전 폐지엔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다만 증거가 없고 그 사실이 허위라면 윤리위 등에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완 가능성은 열어뒀다.
◆ 野 “권력 견제할 최소 기능…자정 노력에 맡겨야”
하지만 같은 야권임에도 더민주와 정의당은 제도적 장치를 굳이 마련하기보다는 자정 노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 우상호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3일 취임 두 달 기자회견에서 면책특권에 대해 “야당이 정권에 문제를 제기할 때 사법기관을 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명시해야 대통령을 견제할 때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을 했을 때는 정치·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우 원내대표는 4일 여권으로부터 면책특권 폐지 주장까지 흘러나오자 의원총회에서 “기본적으로 면책특권은 국회가 사법권을 쥐고 있는 권력과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기능”이라며 “(조응천)의원의 ‘실수’를 빌미로 국회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과 권한을 제어하려는 시도에는 과감하게 싸우겠다”고 아예 배수진을 쳤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같은 날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면책특권에 대한 논란과 관련, “면책특권 때문에 처벌받을 것을 처벌받지 않았다고 생각지 않는다”라며 “개인들의 불법행위, 타인에 대한 침해, 이런 걸 방어하기 위해 면책특권이 활용되면 여론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어 “제가 볼 때는 헌법이 그런 (면책특권 악용하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게 아니라 여론이 그런 사람들을 갖다가 심판대 위로 끌고 갈 것”이라며 우 원내대표와 같은 자정 노력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오히려 그는 새누리당이 면책특권 폐지까지 주장하는 데 대해 “별 의지도 없으면서 좀 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든다”며 “이걸 없애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는데 지금 개헌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면서 면책특권도 반납하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따가운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與 “국회 윤리특위서 징계 가능…자정만으론 한계”
반면 새누리당에선 제도적 보완 없이 자정 노력만으로 면제특권 악용을 막을 수 있다는 야권 내의 주장에 여전히 회의적이란 반응을 내놨는데, 김기선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같은 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소속 정당에 의한 정치적인 책임 이런 것도 함께 대응을 하면서 국회 차원에서 윤리특위에서 적절히 심사하고 해당 발언에 따라 일정한 징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수정하기로 합의한 불체포 특권에 비해 면책특권은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완전 폐지할 경우 개헌 문제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도 우선 아쉬운 대로 국회 윤리위나 소속 정당의 징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수준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더민주가 주장하는 대로 자정 노력에만 의존한 채 현 제도의 맹점에 대해 어떤 보완책도 없이 유지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인데 일단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 자문기구에서 (면책특권 개선방향을) 중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공언한 만큼 향후 설치될 의장 직속 자문기구에서 3당 원내대표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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