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사드 배치 발표 놓고 온도차 극명

하지만 이날 중국 정부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한 데 이어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 초치하는 등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선 데다 야권까지 한 목소리로 사드 배치 결정에 부정적 반응을 내놔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사드 배치 결정은 청와대가 국방부에 압력을 가해 내려진 결과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갈 길 바쁜 정치권이 다시 불거진 ‘사드’ 논란으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 사드, 공식 논의 4개월 만에 ‘배치 결정’ 발표
사드는 북한의 스커드, 노동, 무수단과 같은 사거리 3000km급 이하 단거리,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으로 하강할 때 고도 40~150km 상공에서 요격 미사일로 직격시켜 무력화시키는 종말 단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미국 MD체계의 핵심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는 사드에 비해 방어범위가 훨씬 협소하고 상대적으로 하층 방어체계 무기인 관계로 날로 발전하는 북한의 미사일 수준에 대응하기에는 요격능력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사드는 단 한 개 포대만으로도 한국 전 국토의 절반 이상 되는 넓은 범위를 방어할 수 있어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이를 대신할 다른 수단이 마땅찮은 현실 앞에서 결국 미군과 배치에 합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미공동실무단은 이날 국방부에서 공동발표문을 내고 “한·미 공동실무단은 수개월 간의 검토를 통해 대한민국 내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확인했다”며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 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던 지난 2월 7일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3월 4일 ‘공동실무단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고 4개월 동안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해왔다.
이날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치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국방부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은 몇 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공동실무단도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가 조속히 배치·운용될 수 있도록 집중적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사드 체계의 효용성과 환경, 건강 및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부지를 양국 국방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최종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기됐었던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문제 등으로 배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배치 장소가 공표되면 해당 지역 여론은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더 큰 논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與 “국가안보 기여” - 野 “靑 압력, 졸속 협상”
그만큼 사드는 안보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감자’인데 아직 배치지역이 발표되기 전인데도 이날 정치권은 당장 배치 공식화 사실만으로도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우선 새누리당은 8일 사드 배치 공식화와 관련해 김현아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한미동맹의 확고한 대응의지를 보여주는 필요한 조치”라며 “우리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사드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해 사드 체계에 대한 효용성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사드 체계의 배치·운용 과정에서 환경 및 안전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반면 야당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는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자면서 사드 배치 반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의당은 손금주 수석대변인을 통해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현실적으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지만 사드배치가 미치는 국내외 경제적 파장과 사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손 대변인은 “중국 측 반발에 대해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대중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우려와 실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깊게 고민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야당과 공조할 수 있다”고까지 밝혀 정치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이번 사안을 심각히 인식한 듯 박지원 비대위원장,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직접 면담하고, 이번 결정이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설득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는 점과 사드배치의 실효성 등을 문제 삼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정의당 역시 같은 날 추혜선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민구 국방장관은 불과 이틀 전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당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의 오늘 발표는 국민과 국회를 명백히 기만한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과 한·미 간 밀실협의를 강력히 규탄하며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국방부를 향했던 정의당의 칼날은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까지 뻗쳤는데,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거짓말 한 게 아니라 그게 원래 입장이 맞는데 청와대가 나선 것”이라며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어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서 거기서 긴급히 결정됐다고 털어놨다”며 “자꾸 국방장관이 사드 논리에서 밀리고 사드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확산되니까 NSC상임위를 열어서 국방부에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청와대 안보실과 주한미군이 국방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하는 이런 대화 통로에 의해 결정됐다”며 “박근혜 대통령 차원에서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렇듯 강력한 반대 속에 야권 최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이재경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마찰에 대한 경제적 대책이 없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 결정이 이뤄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일단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 더민주, “사드 배치, 조건부 찬성”…他 야당과 엇박자
다만 더민주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 전까지 이날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내비쳐 복잡한 속사정을 드러냈는데, 우상호 원내대표가 이날 “우리 당은 배치 자체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당권후보인 송영길 의원은 아예 오전 중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대통령은 기습적인 사드 배치 계획 발표를 연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라”고 배치 반대에 힘을 실었다.
이 와중에 정작 이날 한민구 국방장관과 만난 김종인 비대위 대표만 “배치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배치 지역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수용할 수 있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박광온 수석대변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당 지도부조차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자 더민주는 다급히 통일된 공식 입장을 다시 내놓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는데 이재경 대변인은 “국민이나 야당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사드 도입을 졸속으로 결정하고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더민주는 실익 있는 사드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기타 야당들과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
각 당의 입장이 이렇게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논란을 지켜보던 청와대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와 관련, “북한의 증대되는 핵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로서 결정한 것”이라고 확실히 못 박았다.
청와대가 이렇게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직접 설명한 데다 거대 양당 모두 사드 배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인 관계로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공조한들 현재로선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데, 장차 몇 주 뒤에 배치 장소가 발표될 경우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킬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어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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