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더 크지만 인력부족으로 단속 어려워
전국이 `바다이야기'와 성인 PC방 파문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언론과 여론의 관심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스크린 경마장은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영업이 판을 치고 있다.
게임장에서 나온 상품권이 액면가보다 높은 금액의 현금으로 버젓이 환전되는가 하면 게임장과 환전소를 같은 사람이 운영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토요일인 지난 2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스크린경마장을 찾아가 봤다.
사행성 오락실 단속의 여파로 `바다이야기'나 `황금성' 등 인근 게임장처럼 문을 닫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곳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만원을 베팅해 2시간여 동안 게임을 한 결과 남은 크레디트는 모두 300점. 크레디트 1점은 50원에 해당하므로 300점이면 1만5천원을 받을 수 있다. 보통의 성인 오락실 같으면 5천원짜리 상품권 3장을 받을 수 있는 점수다.
그러나 스크린 경마장에서 받은 상품권은 5천원권 1장뿐이었다. "왜 3장이 아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게임장 종업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옆에 봉고차에 가면 돈을 알아서 줄 거다"고 말했다.
게임장 밖을 나서니 10여m 떨어진 곳에 봉고차가 보였다. 종업원의 말이 아니었으면 그냥 길 옆에 정차한 봉고차로 보였을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환전소였다.
봉고차에 가서 `종업원이 시키는 대로' 아무 말 없이 5천원짜리 상품권 1장을 봉고차 안으로 넣으니 1만5천원에서 환전 수수료 1천원을 뗀 나머지 1만4천원을 쥔 손이 봉고차 창문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5천원짜리 상품권을 `알아서' 현금 1만4천원으로 바꿔줬다는 것은 외부 환전소가 사실 게임장과 결탁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게임장 종업원은 "가맹점에서도 요즘 경품용 상품권은 안 받아요. 그리고 어차피 환전할 거 잖아요"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서울 강북의 또 다른 스크린 경마장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1만원에 200크레디트를 받고 "1분30초 전, 1분 전, 30초 전"이라며 베팅을 재촉하는 알림 방송이 울리는 가운데 시작한 게임은 1시간 뒤 130크레디트를 남기고 끝났다.
100크레디트가 5천원짜리 상품권 1장에 해당하므로 경품용 상품권 1장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돌아온 것은 은행 대기표 같이 생긴 교환권이었다. 교환권엔 `660아덴'이라고 찍혀 있었다.
가게에서 나와 건물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교환권 환전소가 보였다. 작은 구멍 안쪽에서 교환권을 받고 현금 6천원을 건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까 게임장에서 본 그 종업원이었다.
종업원은 "손님이 그만하고 싶을 때 그만한다고 하면 그때까지 남은 크레디트와 승리한 크레디트를 합쳐 교환권으로 준다"며 "얼마 전부터 상품권을 없애고 교환권을 준다"고 전했다.
종업원은 또 "바다이야기에 대해 말이 많다보니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며 "사행성 게임장 논란도 보름 정도만 지나면 잠잠해 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난 3월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전국의 스크린경마장 수는 603개. 경찰은 이 중 상당수가 상품권과 경품을 지급하는 등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04년 말 `게임제공업소에서의 경품취급기준 고시' 개정으로 사행성 간주 게임물인 스크린경마는 경품을 줄 수 없도록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크린 경마장이 경품용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크린경마는 바다이야기보다 1회 최대 당청금이 더 크고 베팅금액도 커 사행성이 높다. 한정된 인력으로 성인PC방ㆍ성인오락실과 함께 단속을 하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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