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한시적 적용, 당장은 효과 미미하지만 정부의 노력 긍정적
지난 23일 정부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특별소비세 인하를 단행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진작하는 데 기여할 것인지 업계별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별소비세 인하 첫 날인 24일 승용차의 경우 각 업체의 영업소에는 계약문의가 잇따르고 일부 차종은 계약물량도 늘어나 모처럼 내수회복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그러나 가전제품 매장에서는 구체적인 가격 인하폭을 묻는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것 이외에 이렇다할 수요 변화 기미는 감지되지 않았다.
승용차는 인하폭이 큰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양상이나 워낙 오랫동안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붙은데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특소세 인하 조치가 연말까지 계속되는 만큼 당장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승용차 및 가전업계에서는 '다음달초나 돼야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지 않겠느냐'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자동차 업계 고가차량, 특소세 효과 누린다
기아차의 경우 특소세 인하 방침이 발표된 23일 이후 중.소형차 부문에서는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으나 오피러스, 쏘렌토 등 고가차량의 계약은 늘어나고 있다.
오피러스는 23일 1일 계약량이 120대 수준으로 평소(50-60대)의 두 배에 달했고 쏘렌토도 23일 320대가 계약돼 인하 전(270-300대) 보다 10-20% 늘어났다.
오피러스 GH 350은 특소세 인하로 판매가격이 4천656만원에서 4천549만원으로 107만원, 쏘렌토 TLX 고급형은 2천641만원에서 2천580만원으로 61만원 인하됐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의 일선 영업소들은 특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변동표를 새로 작성, 고객들에게 알리고 늘어나는 상담에 응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 특소세 인하 조치 발표 직전 차량을 구입했던 고객들이 차를 반품하고 인하 가격에 맞춰 재계약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소세 인하의 경우 출고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차량을 1-2일 전에 출고했던 고객들이 영업소를 찾아와 하소연하는 사례가 잇따라 영업소별로 반품을 통해 이를 구제하고 있는 것.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워낙 경기 악화가 오래 지속돼왔던 만큼 당장 수요가 크게 늘기보다는 4분기나 돼야 특소세 인하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업체들이 신차 등을 앞세워 대대적 홍보에 나서고 있어 다음달부터는 서서히 가시적인 증가 효과가 생기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전 업계, 발빠른 마케팅 준비 나서
또한 국내 가전 업체들에게 특소세 인하는 작지만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완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이 아니라 특소세율을 4.8∼2.4%포인트 내린 것이어서 완제품 가격 인하폭이 그리 크지 않아 아직 특별한 수요 변동은 없지만 내수 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500만원대 디지털TV의 경우 16만원이 인하되고 현재 255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23평형 하우젠 에어컨은 약 12만원이 내리는 등 에어컨은 소비자가 가격이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 선까지 인하된다.
한편 일부 업계에서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120만원대 12평형 아파트의 경우 가격 인하폭이 5만원선에 불과해 내수 진작에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4월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매출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특히 이번 조치가 그동안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쟁으로 인해 위축됐던 디지털TV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므로 에어컨이나 프로젝션TV를 신규 구입 또는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은 올해를 넘기지 말 것을 권유했으며 이번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마케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특소세의 인하 폭이 작아 주가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난해 특소세 인하때 보다 인하폭이 작아 내수경기 부양과 효과가 거의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이번 특소세 인하로 자동차와 전자업종 등이 평년 수준까지 회복하는 계기는 되겠지만 인하폭이 작고 현재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있어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의 한 연구원도 "정부의 수요진작 노력으로 소비분위기가 다소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크게 기대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며 "이미 지난해 7월 큰 폭의 세율 하향조정이 있었고 효과적인 임펙트가 발생하기에는 특소세 기간이 길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특소세 인하 효과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소세 인하 조치에 대해 소비 촉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정부가 소비를 살리기 의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할만하다"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