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송영길 양자 구도 속 이재명 출마 여부 주목

현재로선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했던 친노 추미애 의원과 비노 송영길 의원의 2파전 구도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력 주자들이 대권 출마에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당권 후보군보다 대선후보들을 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와중에 원외 인사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 대표 출마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민주 전대를 흥행시킬 예상 외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찌감치 김부겸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빠졌던 더민주 전대가 새로운 후보들의 합류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추미애-송영길 구도로는 흥행몰이 ‘역부족’?
지난번 열렸던 전당대회는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의 대결 구도로 큰 관심을 모았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선 다선 중진인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빠져나간 데 이어 김부겸 의원은 대선 출마로 당권 도전을 포기했고, 박영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김진표, 원혜영 등 무게감 있는 중진들까지 불출마를 표명해 새로 나올 만한 후보군이 거의 전무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추미애-송영길 두 후보의 대결로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두 후보만으로 전당대회 흥행을 이끌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추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을 지낸데다 20대 총선을 통해 5선 고지에 오르며 여야를 통틀어 최다선 여성의원이란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자신이 속한 친노 내에서도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엔 ‘친인척 채용’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사태와 맞물려 시조카를 9급 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개를 숙이는 등 이번 전당대회의 흥행을 그가 주도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송 의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김부겸, 박영선, 이종걸 의원 등과 함께 통합행동 소속으로 비노 진영에 속하는 그는 경쟁후보인 추 의원에 비해 전통적 야권 텃밭인 호남 출신이란 점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는데다 이미 불출마를 표했던 김부겸, 박영선 등 여타 통합행동 의원들에 비해선 무게감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전대를 흥행몰이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전대 흥행 실패가 예견됐기 때문인지 통합행동 소속인 이종걸 의원은 지난 11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5선인 원혜영 의원에게 당 대표 출마를 권하겠다며 비주류 진영의 대표후보로 원 의원을 지원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날 원 의원 측은 고심 끝에 불출마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당초 당권 도전 계획이 없었던 상황에서 주변의 권유로 갑자기 고려해보게 된 데다 현재 개헌특위 모임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모임 등에서 활동하고 있어 당권 도전에 전념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부분도 원 의원의 결정에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 다른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김진표 의원마저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다른 쪽에서 제 능력과 경험으로 기여해서 정권교체의 여건과 환경, 또 교체된 정권의 성공적인 국가 경영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제가 해야 할 책임 있는 역할이 아닌가”라며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전해 이러다 자칫 당권 후보가 3명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모두 불출마한 상태에서 추미애-송영길 양자구도로만 치러질 경우 후보를 3명까지 줄이는 예비경선 절차조차 치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인데 만일 최종 출마자가 지나치게 적은데다 출마한 후보도 큰 비중이 없는 인물이라면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도 지도력을 인정받기 어렵게 돼 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 현재 추미애-송영길 의원이 각각 친노와 비노로 구분될 수 있겠지만 큰 범주에선 두 의원 모두 범주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 사실상 비주류 후보 없이 범주류끼리 치러지게 된다는 점도 전대 흥행 실패가 예견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연유 등으로 원 의원에 출마를 권유했던 비주류 이종걸 의원은 아예 스스로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까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의 출마 의지가 강해도 대다수의 의원들이 전당대회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재명, 전대 흥행 견인할 돌발변수 될까
이처럼 전대 흥행 가능성이 비관적인 가운데 원외인사의 등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후보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다.
더민주 소속인 이 시장은 현재 당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12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그는 현재 공식적인 당권 후보인 추미애-송영길 의원을 겨냥한 듯 “새로운 지도력에 대한 갈망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여의도에 오래 계셨던 분들보다는 제가 그 중 일부는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저 같은 사람이 약자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당권 출마 의지를 은연중에 내비쳤다.
이 시장은 출마 여부에 대해선 “너무 오래 고민하면 마치 인지도 상승을 위해 장난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어서 가능하면 빨리 결론 내리려고 한다”며 “이번 주 안으로는 결정하겠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원외 인사로서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시장이 당 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데에는 어느 정도 당선을 자신할 만한 근거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는 이미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11일) <프레시안>에서 국민 여론조사 한 결과를 보면 전국민 상대로는 오차범위 내 제가 1위를 하고, 민주당 지지자에서는 제가 2~3배 높게 나와서 실제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는 대망이라고 그럴까, 기대가 있긴 한 것 같긴 하다”고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그가 언급한 <프레시안> 외에도 최근 있었던 더민주 당 대표 경선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직 공식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 시장이 당 대표 적합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13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더민주 지지층 529명을 상대로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RDD, SPA 및 ARS 혼용, 응답률 6.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p)에 따르면 이 시장이 26.7%를 기록해 2위인 이종걸 의원(13.3%)과 오차범위(±4.3%p) 밖의 압도적 격차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현재 공식 후보로서 당권 경쟁 중인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은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해 만일 새로운 후보의 출마 없이 지금 이대로 전대가 치러진다면 흥행 참패가 확실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반면 이 시장은 이렇게 전대 흥행몰이를 이끌 가능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많은 이들이 그의 출마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대중적 인기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높은 공약 이행률로 시장으로서 지역 지지 기반을 확고히 닦은 것은 물론 자주 SNS를 활용해 적극 소통에 나선다는 점도 그만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시장도 이를 과시하듯 앞서 SBS라디오에서 “SNS의 특성상 지지층들만 몰려있기 때문에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도 “트위터에 제가 (당권 도전 관련) 의견을 물어봤더니 7300명 가량이 참여했는데 하여튼 74% 찬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NS는 정치인에게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 시장이 자기 개성이 강한 성격인 만큼 자주 SNS로 소통하다보면 실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다 이런 실수는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당 상황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기 색이 강한’ 인물은 차기 대선을 위해 관리형 당 대표가 필요한 시점엔 부적합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김종인 비대위 대표처럼 자기 개성이 강할 경우 사안에 따라 대선후보와 충돌을 일으켜 오히려 정권교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현재 그가 성남시장이라는 지방자치단체장 신분인 관계로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당 대표를 겸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여러 문제 때문인지 일부는 ‘개성 강한’ 이 시장이 당 대표가 아닌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는데,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시장의 당 대표 출마를 만류하고 싶다”며 “나오면 유력후보지만, 기다렸다가 대선 경선에 나오길 바란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아직 이 시장이 출마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만일 출마하게 될 경우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재인계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건 불가피한데, 앞서 이 시장이 SBS라디오에 나와 “특정 정치세력들과 손잡고 그걸 통해 당 지도부 선거에 나갈 이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대선을 의식해 관리형 대표를 필요로 하는 문재인계의 지지를 이 시장의 ‘마이 웨이’만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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