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참패 규명’ 백서 공개…계파 갈등·오만 원인
與 ‘총선 참패 규명’ 백서 공개…계파 갈등·오만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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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이 참패 주원인…朴 대통령 ‘불통’·이한구 독단도 큰 비중
▲ 새누리당이 17일 지난 20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규명한 국민 백서를 공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이 17일 지난 20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규명한 국민 백서를 공개했다.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백서 공개와 관련해 “우리 새누리당은 당 존속과 미래를 위해 참패 요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뭘 어떻게 바꿔야 할지 그것을 찾기 위해 백서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 대변인은 이어 “당내에서 해부의 칼과 심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다시 분열과 갈등의 늪에 빠진 수 있다는 판단에 국민 목소리를 통해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눈높이에서 해법을 찾는 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백서는 총 6개 부분으로 구성됐는데 ‘국민 눈에 비춰진 새누리당 모습’, ‘백서 기초자료 수집 과정과 방법 및 결과 요약’, ‘수도권 및 PK(부산·경남)에서 진행된 국민 목소리’, ‘내부 목소리’, ‘전략, 홍보 등 선거 전반에 대한 전문가 평가’, ‘국민이 바라보는 새누리당 모습과 변화의 방향’ 등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새누리당의 패배 원인에 대해 이번 백서에선 공천 문제 등의 계파 갈등,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진정성 부재, 선거구도 등 7가지로 꼽았는데, 그 중 가장 큰 총선 참패 원인은 예상대로 ‘계파 갈등’이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이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도 패배 원인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를 놓고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민들에게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인상을 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백서에서는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해 자의적 기준으로 논란을 초래함으로써 이런 독단이 민심 이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비판저긍로 평가했으며 김무성 전 대표의 ‘180석 발언’ 등 오만했던 모습 역시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전 대표가 강조해오던 상향식 공천이 결국 현직 의원을 전부 재공천하는 결과로 나왔다는 점이 총선 참패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지역 특성에 맞고 객관적 시스템을 갖춘 전략공천이 더 낫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밖에 김 전 대표의 ‘저출산 대책으로 조선족 수용’,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 높다면 선거 필요없다’ 등 몇몇 구설수에 올랐던 발언을 비롯해 세월호, 메르스,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정부 정책 등도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한편 이번 백서 발간을 두고 새누리당 당권주자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놨는데,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백서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제일 큰 장점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총선 패배 원인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집필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고 호평했다.
 
다만 김 의원은 “조금 아쉬운 것은 경중”이라며 “지난 총선 패배 원인 중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경중에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정부의 불통에 대해 이 백서에 분명하게 나와 있지만 명확한 책임을 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같은 비박계 의원이면서도 정병국 의원은 이날 “4.13 총선에 대한 국민심판을 온 몸으로 거부한 백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백서의 첫 번째 문제는 여론조사를 모아놓은 모음집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자체도 보면 모든 것을 대통령이 잘못한 걸로 밀어버리고 당내에서 잘못된 여러 가지 팩트들이 다 빠졌다”고 혹평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저는 (이걸) 백서라고 볼 수 없다. 당 대표가 된다면 진정한 백서를 만들 것”이라며 “국민과 당원들 모두 알고 있는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심에 대한 이반이자 계파 패권주의에 대한 굴복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특정세력들이 어떤 이익을 면죄부를 갖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또 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의 경우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백서에서 지난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천문제, 친박·비박의 계파 갈등으로 꼽고 있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석”이라며 “특정한 사람만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며 중진의원 이주영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진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뼈저리게 반성할 수밖에 없다”고 중립적이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이밖에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백서를 총선 관련된 자료 정리 정도로 하고 정말 근본적인 진단을 해야 된다고 본다”며 “당이 돈을 좀 들이더라도 외부에 맡겨서 새누리당 시스템부터 인식, 사고, 행태 구석구석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백서를 통해 총선 패배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김무성 전 대표가 꼽힌 데 대해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김학용 의원은 이날 문자메시를 통해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의 최대 피해자는 김무성 대표”라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전횡을 일삼자 김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당헌당규에 따라 이를 바로잡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친박계를 겨냥한 듯 “끊임없이 당대표를 흔들고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자만과 독선,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고, 새누리당이 총선에 참패했다”며 “공천실패의 책임을 묻는다면 집단지도체제인 이상 최고위원회 또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물어야지 모든 책임을 당대표에게 전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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