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장 회의서 강조… “라인업-생산 판매 모두 늘려야”

정 회장이 이날 회의에서 친환경차를 언급한 것은 세계 경기침체로 해외 자동차 판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도 유독 친환경차 시장만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측은 각국 정부가 친환경차 산업육성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2020년까지 친환경차 50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친환경차 구입시 최고 5만5,000위안(9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주 정부별로 친환경차 지원정책이 다르는데 친환경차 구입에 따른 보조금을 최대 7,000달러까지 지급하고 있으며 영국은 2027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신차 판매의 절반에 달하는 연간 13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아래 다양한 지원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률을 전체 자동차시장의 20% 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2020년 연간 신차 판매대수 170만대 중 친환경차가 34만대를 점유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을 ‘친환경 자동차의 원년’으로 삼고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상반기에 현대차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기아 K5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아 니로,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를 출시한데 이어 하반기에 기아 신형 K7하이브리드, 현대 아니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시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날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데 따른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385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상반기 내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등에 힘입어 선방했다.
현대차는 35만1,124대(4.5% 증가), 기아차는 27만6,750대(14.1% 증가)를 시판했다. 반면 해외 판매 실적은 초라했다. 현대차는 204만2,834대(1.8% 감소), 기아차는 118만 1,362대(8.2% 감소)에 그쳤다.
따라서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813만대 생산 판매계획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기아차 멕시코공장과 현대차 중국 창저우공장 가동으로 전세계 10개국 34개 생산공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멕시코 신시장은 물론 북미, 중남미 공략을 강화하고 중국 경제의 신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징진지(京津冀) 지역 내 대표 자동차 메이커로서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목표달성을 불투명하게 한데는 하반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내수 감소가 불가피 한데다 현대자동차 노조마저 임급협상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19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출 경기 역시 그리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브렉시트 그리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둔화 등의 악재가 하반기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대내외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선제적 대응’은 ‘끊임없는 혁신’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 즉 혁신을 먼저 이끄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업계 혁신 특허 경쟁에서 2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특허정보 서비스업체 톰슨로이트의 2015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혁신 1위는 일본 도요타(4,214건)가, 2위는 현대차가 2,469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업계의 혁신노력은 전기차‧수소차 등 기존 내열엔진을 대체할 차량 개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대차가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이밖에 “제네시스 G80, G90의 성공적인 미국 론칭을 통해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탄탄히 다져달라”고 당부했다. 2세대 제네시스 G80은 지난해 말 선보인 G90(EQ900)의 후속 모델이다.
이날 회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양사 해외 법인장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지역별 실적과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하반기 판매전략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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