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인사권 문제, 이제라도 개선해야
‘고삐’ 풀린 인사권 문제, 이제라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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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수 회장

예부터 ‘인사는 만사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어느 조직에서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것은 일의 성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시돼왔다.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에게 누구나 선망하는 보직을 준다면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능력 있는 이들이 불만을 품게 되고, 결국 이는 해당 보직을 받은 이에게도 불행으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조직은 능력에 따라 그에 걸맞는 보직을 주고 승진을 시키는데 ‘공직사회’만은 이 같은 상도에서 벗어나 있다.

인사기준 자체가 능력보다 연공서열이 우선되다보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시간만 지나면 승진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공무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승진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면 승진 자체가 큰 성취동기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본래 승진은 경력 뿐 아니라 성과도 고려해 이뤄져야 조직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여전히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점에서 보듯 공직사회에선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랜데, 그러다보니 인사권자인 지자체장들조차 ‘승진’의 의의를 경시한 채 마치 선심 쓰듯 단행하면서 종종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퇴직을 목전에 둔 공무원을 격려하려는 차원에서 맹목적으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공무원 봉급이 국민 혈세로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온당치 못한 처사라 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인사고과에 있어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보통 승진 4배수 안에 드는 공무원 중 최종적으로 승진 대상자로 선정되려면 고과점수가 높아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과점수 자체가 사무관 이상은 구청장, 주사(6급 공무원)까지는 부구청장, 그 이하는 국장이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인사위원회는 형식에 그친 채 구청장 등이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처럼 인사고과조차 평가자의 주관에 입각해 이뤄지다보니 제도적 허점을 노린 일부 구청장들이 총애하는 사무관에게는 가점을 주고 밉보인 경쟁자들에게는 최하점수를 주는 인사 특혜를 벌이다가 구속되는 뉴스가 잊을 만하면 심심찮게 터지고 있다.

일찌감치 법제화·체계화되어 있었어야 할 이런 부분조차 방치되어 있다 보니 구청장의 의사에 반하는 고언을 하는 이들은 여지없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소위 ‘예스맨’만 승진하는 불합리한 악습이 관행처럼 고착화되고 있으며 조직 경쟁력보다 인사권자의 심기만 살피는 한심한 작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에 지연·혈연·학연까지 결부되면서 날이 갈수록 인사권 전횡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비단 승진이나 인사고과 외에도 전보인사 역시 비슷한 폐단을 갖고 있는데, 승진에 유리한 공익, 감시, 기획예산 등의 요직에는 평가권자의 측근을 배치하는 데 반해 별 다른 배경도 없고 눈 밖에 난 사람들은 능력 여하를 불문하고 민원다발부서인 단속부서나 교통행정과, 도시경관과, 청소과 등 기피부서에 배치되고 있어 인사권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무리 공직사회라 해도 이런 전근대적인 인사체계로는 조직 경쟁력을 살릴 수 없어 ‘선도적 지자체’, 나아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지자체장이 자의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능력 위주의 엄격한 인사기준을 제도화해야 하며 인사권자를 상시 감시·감독할 견제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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