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무더기 퇴출 사태 예고
코스닥시장에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가 깐깐해지면서 '의견거절' 및 '한정' 의견을 받거나, 지난해 실적 악화로 자본금을 까먹은 회사가 많아졌기 때문. 퇴출이 확정된 기업만 14개사에 달하는 데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회사(6개사)와 감사보고서 제출시한을 넘긴 업체(19개사)등을 감안하면 퇴출기업 수는 최소 30개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개 코스닥 기업, '퇴출' 확정
3월 24일 현재 코스닥증권시장은 감사보고서상의 '의견거절'로 퇴출이 확정된 기업이 삼화기연 신한SIT 피코소프트 등 14개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자본잠식이나 부적정한 감사의견으로 등록이 취소된 기업 수가 9개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무더기 퇴출 사태를 예고하는 것. 퇴출과는 무관하지만 '한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국제정공 성광엔비텍 신영텔레콤 등 10개사였다. 이에 따라 감사의견이 비적정인 기업은 모두 24개사로 전년의 18개사보다 6개 늘었다.
12월 결산법인 8백15개사 중 감사의견이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기업의 비율은 2.9%로, 전년의 2.3%에 비해 0.6%포인트 증가했다. 또 작년 사업보고서상 자본이 50% 이상 잠식된 기업은 모두 37개사(자구완료 기업 9개사 제외)로 전년의 19개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중 등록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자본전액 잠식 및 2년 연속 50%이상 잠식기업은 아이트리플 모디아 엔써 써미트 일륭텔레시스 현대멀티캡 등 6개사다. 이들 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인 이 달 말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퇴출이 확정된다. 여기에 마감시한인 전날까지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19개 기업 중 일부는 등록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퇴출 기업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은 감사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 실제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 19개사 중 4개사가 감사의견거절이나 자본전액잠식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상태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부적정한 감사의견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해 경기침체로 영업실적이 부진한 등록기업이 많았고 회계법인의 감사도 강화되면서 올해 퇴출기업 수는 크게 늘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닥위, "향후 퇴출제도 더욱 강화할 것"
한편 코스닥위원회는 25일 코스닥시장의 이상 변동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4월 6일부터 전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증권전산 단말기 등을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코스닥위는 주가가 급변한 종목의 거래참여 계좌수나 단일계좌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주문이 나온 종목을 장 종료 후 공표함으로써 불공정거래로 인한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다음달부터는 특정 종목의 종가가 직전가 대비 6% 이상 상승한 경우 해당 종목과 마지막 거래에 참여한 계좌수가 모두 공개된다. 또한 모든 종목의 상한가 주문 잔량의 참여계좌수와 주문건수 역시 공표되며, 단일계좌를 통해 한 종목의 등록주식수 대비 2% 이상의 순매수·순매도 매매가 이뤄질 경우 해당계좌의 직전 5일간 이뤄진 해당 종목의 순매수·순매도 수량도 투자자들에게 공개된다.
코스닥위 관계자는 "온라인매매의 비중이 70%를 넘어섬에 따라 복수 계좌 개설을 통한 불공정거래가 수월해져 장 막판에 집중적으로 상한가 주문을 내 주가를 올린 뒤 다음날 곧바로 차익을 실현하는 등의 시세조작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코스닥위원회 등에서 면밀히 감시해 불공정행위를 적발해내고 있으나 이제 관련정보를 투자자들에게도 알려 스스로 유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무더기 퇴출 사태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번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관련 퇴출기업수가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25개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사업모델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 기업들이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고 코스닥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인만큼 향후 퇴출제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퇴출기업 너무 적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신설된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코스닥기준의 퇴출 요건 강화 이외에도 회계기준을 엄격히 하면서 외부감사에서 '부적절' 의견을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간접적인 효과다. 3월 사업보고서 마감일이 지나면 퇴출기업은 대략 30개 가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경우, 고위험 고수익 성격이 강했던 만큼 등록된 기업들에 비해 퇴출된 기업들의 숫자가 그동안 너무 적었다고 보고 있다. 신뢰도가 떨어진 시장의 자정을 위해서는 퇴출기업은 물론 A&D나 우회등록 등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 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통합을 앞두고 코스닥시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 종목들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달 퇴출 회오리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라도 체질이 허약한 기업들은 A&D나 우회등록을 위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부실한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감자 등으로 살아남았지만, 퇴출요건 강화 등으로 더 이상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업체들과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못한 업체들의 퇴출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증권 애널리스트는 "퇴출기업들이 속출하면, 투기형 매매가 줄어들면서 개인들도 실적우위의 우량주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코스닥시장의 건전화가 빨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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