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기 KT ‘남중수 號’에 시련의 계절이 온 것일까. 최근 업계에서 KT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종합적인 멘트는 ‘무기력증에 빠진 KT...’ 각종 사업에서 ‘딱히’ 두드러진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내수시장의 불황을 부채질 할 뿐만 아니라 대외 신인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빵’으로 일관하던 지난 1년간의 모습에서 ‘공격적’으로 선회하라는 업계의 질책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용경 전 사장에 이어 취임한 남중수 KT사장. 이제 만 1년이 넘어선 지금 그의 모습은 어쩌면 아직까지 ‘업무파악’이 덜 된 ‘경력사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와이브로(WiBro)’는 정보통신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이동통신 업체들이 2006년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무선 휴대인터넷 서비스다. ‘와이브로’는 와이어리스 브로드밴드 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는 무선광대역인터넷, 무선초고속인터넷, 휴대인터넷 등으로 풀이된다.
‘와이브로’가 ‘KT’를 괴롭히나?
휴대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휴대폰과 무선랜의 중간 영역에 위치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를 중심으로 2003년 6월부터 표준화를 추진하는 한편,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에도 반영하는 등 한국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이자 국책사업이다.
2006년 상반기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상용 서비스할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상용화될 경우 시속 60㎞ 이내로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주파수 대역은 2.3㎓, 인터넷 속도(서비스 대역폭)는 1Mbps 정도이고, 퍼스널컴퓨터, 노트북컴퓨터, PDA, 차량용 수신기 등에 무선랜과 같은 와이브로 단말기를 설치하면 이동하는 자동차 안이나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처럼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을 이용해 현재 KT에서 주도적으로 ‘와이브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행보가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통신업계의 ‘대부’인 KT가 사업 자체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 8월말이지만 지난 5월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서울, 강남 위주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가입자 수도 500명이 채 못 된다.
장비, 단말기 업체인 삼성전자는 KT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다 못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삼성전자는 미국 3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 넥스텔과 손잡고 미국 전역에 ‘와이브로’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이 같은 일로 KT는 ‘정작 국내에선 뭐하고 있나’는 핀잔을 듣고 있다. IP TV(인터넷 프로토콜TV)도 KT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그간 KT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눈치를 보며 IP TV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KT가 관망하는 사이 하나로텔레콤은 VOD 위주의 TV포털서비스 ‘하나TV’를 본격화해 한달 여 만에 3만5000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그제서야 KT는 부랴부랴 실시간방송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내년 초 IP TV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T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시선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 한다”고 의견을 밝힌 뒤,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가시적인 성과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아직 진행 중인 것들이다. 결과가 증명해 줄 것이다”며 강한 자신감을 비췄다. 이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언제나 성공을 한다면 누구나 기업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다. ‘와이브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 있다”고 말해 향후 사업의 주도권에 대한 KT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다지 부드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나치게 조용하고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이 그것이다.
업계에서는 남중수 사장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업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KT가 신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조용한 경영’을 펼치면서 내실을 다졌다지만, 결과는 답답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IP TV나 ‘와이브로’ 등에 있어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야 할 때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액션’ 이라도 보여줘~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와이브로’에 사업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당장의 이익보다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올해 5000억 투자집행 등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광고비, 마케팅비 등을 아끼는 경영에는 한계가 있다”며 “방송업계와 충돌할 건 하더라도 IP TV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