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 주도 아닌 ‘민·관 협의’ 행정 이뤄져야
관(官) 주도 아닌 ‘민·관 협의’ 행정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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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수 회장
도시를 개발하는 데 있어 시민의 편의 증진과 도시 확대에 따른 필요시설의 재배치 등을 위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 도시계획이다.
 
대개 재개발이나 재건축, 이익·혐오시설의 재배치 등은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신중히 수립되어야 하는데, 계획 자체가 시민 전체의 편의를 위해 입안되는 만큼 공익적 측면도 우선되어야 하지만 이를 실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일부 시민의 권익이 침해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므로 계획 수립에 있어 이해당사자와의 사전 조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전 조율의 수범사례로 미국을 꼽을 수 있는데, 미국에선 본격적인 도시계획 수립에 앞서 관이 내부에서 만든 자체 계획안을 갖고 주민들과 토론하며 여러 해 넘길망정 민관 간 견해차를 줄이는데 우선 집중한다.
 
이처럼 관이 계획 집행 자체보다 주민을 설득하는 데 주안점을 두다보니 향후 계획 이행 과정에서 집회나 민원이 발생할 일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간혹 터무니없는 주장만 아니라면 관이 가급적 주민의 의사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이견차를 좁힌 뒤에야 외부에 공개되는 실제 계획을 수립하기에 시민들도 관에 불신이나 반감을 갖기보단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사회적 신뢰’는 물론 민관 간 상호 유대관계를 높이는 효과도 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후진적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하는 설명회조차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설명회 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런 설명회 자체도 당사자인 주민들의 찬반을 묻는 과정은 생략된 채 관의 입장만 반복적으로 주입시키려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그저 법률적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도시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피해자에 대해선 반드시 이 계획의 수혜를 받게 되는 관(官)이 세금으로 보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종의 집단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수혜자가 피해자에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공익적 측면에서 도시계획이 진행되는 만큼 모든 수혜자를 대표해 관이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야 되는 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실질적인 보상을 하기보다 이를 ‘최소화’하려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피해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불거진 사드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관이 특정지역에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기에 앞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 수용하려는 노력을 보였더라면 나라 전체를 흔들 정도로 논란이 지속됐을까.
 
이번 사드 배치지역에서 벌어진 극렬한 반발을 보다보면 지난 2005년 전북 부안군에 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는 문제를 두고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던 당시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큰 논란을 일으켰던 ‘저준위 방폐장’이 결국 경주에 유치된 이후 지금 부안에선 차라리 당시 방폐장을 유치했더라면 경주처럼 그 반대급부로 지역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을 거라며 후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비단 방폐장 사안 뿐 아니라 최근의 사드 배치지역 논란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책임은 우선 관이 민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데에 있으며 관이 적극 설득에 나서면서도 주민 의견을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관민 모두에게 안타까운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모든 것을 관이 주도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태의연한 행정체계를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탁상에 앉아 서류만 펼쳐 놓고 처리하기보다 주민들에게 귀를 열고 발로 뛰는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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