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원예농가 붕괴 불가피” 농민 ‧ 정치권 한목소리로 중단 촉구

이현숙 전북도의회 의원(민중연합당)은 25일 <농민생존 위협하는 LG의 농업진출 중단 촉구> 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히고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LG의 농업 진출 반대와 정부의 대기업 옹호를 즉각 중단하라”고 축구했다.
이현숙 의원이 이처럼 분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3대 그룹인 LG가 1차 산업인 농업분야에 진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LG는 새만금 산단 1공구 76.2ha에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7년간 3,800억원을 들여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하고 이중 50ha에서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LG는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생산물량 전량을 수출해서 기존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작물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전북도의회 등 정치권은 “시설원예 농가 붕괴가 불 보듯 뻔하다”며 기존의 반대 입장을 굽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전경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들은 생산 전량을 수출하면 문제없다고 하지만 이미 내수용과 수출용의 구분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생산에 참여한 순간 농산물 가격하락은 피할 수 없다”며 농민을 호도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전북 농민단체들도 “LG가 농업분야에 진출하게 되면 이 땅의 농민들은 노동자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면서 “LG제품 불매운동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 방법을 총 동원해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숙 의원은 “이미 국내의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주요 시설 원예 생산면적은 포화상태인데다 최근 내수와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 국내 시설원예 농가를 붕괴시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이 의원은 또 “농림부는 LG의 대농민 설명회가 성사되도록 주선에 나서고 있는데다 정부여당은 ‘기업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발의해 9월 이전에 처리하기로 해서 LG의 농업 진출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농민단체들도 법과 제도가 대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진다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물밀 듯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기업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폐기해야 한다”면서 “국회는 19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비농업인 생산참여 제한을 법으로 만들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LG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국내 1위 그린 바이오 기업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고 사명을 ‘팜한농’으로 바꿔 공식 출범했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27%), 종자 비료시장 2위(19%)로 지난해 매출 6,283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을 거둔 기업이다.
그린 바이오 분야는 인류의 최대 고민거리인 미래 식량부족 문제 해결의 핵심 분야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높은 성장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1천억달러에서 연평균 6% 대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오는 2020년에는 1,4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가 인수한 팜한농은 ‘스마트바이오파크’사업이 본격화되면 종자 공급을 담당하는 등 이 사업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농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국적 종자업체인 몬산토가 새만금에 조성될 유리온실에 토마토와 파프리카 종자를 공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팜한농이 종자 공급을 담당하면서 다국적 기업 몬산토 종자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의 식탁을 외국기업에게 맡기게 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일이 갈수록 확산되자 LG도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농업지원서비스 회사를 설립해서 농민들에게 스마트팜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미 등을 돌린 농심을 붙잡기엔 너무 늦은 분위기다.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LG 스마트바이오파크 조성을 놓고 LG와 농민단체와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대기업의 농업 부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동부그룹이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을 추진하다가 난관에 부딪쳤다. 당시 인근 지역 농민은 물론 당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에 반대하는 국민들까지 가세해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결국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동부그룹은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동부팜한농을 LG그룹에게 매각하게 된다. 비운의 팜한농이 화성에서의 실패를 새만금에서 또 다시 겪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