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당화’ 논란 이어 檢 김수민·박선숙·박준영 영장 재청구까지

지난 12일 김수민·박선숙 의원에 대한 검찰의 영장 기각 이후 박지원 비대위 체제의 주도 하에 수세에서 공세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성공하자마자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또 다시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당 지도부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동안 당 위기를 잘 수습하고 국면 전환에도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은 박지원 비대위 체제가 정확히 출범 한 달 만에 ‘내우외환’으로 다시 시험대에 오르면서 당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국민의당, 檢 구속영장 재청구에 ‘초긴장’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은 28일 검찰은 리베이트 수수 의혹 관련해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바 있던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공천헌금 등의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지난 5월 18일 법원에 의해 기각된 바 있던 박준영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71일 만에 다시 영장을 청구해 국민의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검찰이 해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는 영장을 또 다시 청구한다는 건 재기각 시 역풍을 맞게 될 부담이 상당한 만큼 어느 정도 혐의를 입증할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려운데,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반드시 구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대검찰청은 이날 3명의 국민의당 의원들을 겨냥해 “현재까지 구속된 선거사범 100명 중 억대 금품을 수수한 사례가 없다. 이번 총선 선거사범 중 혐의가 가장 중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측은 이미 구속된 왕주현 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박선숙·김수민 두 의원에 대해선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이에 따라 두 의원의 구속 여부는 29일 오후 1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에 대경실색한 국민의당은 일단 이날 오전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 자리를 통해 검찰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섰는데, 박 비대위원장은 “똑같은 사유로 영장 재청구를 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며 “같은 사유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위원장의 동영상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는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현재 우리가 취할 자세는 사법부의 또 한 번 현명한 판단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리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당으로선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여러 가지 대처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그는 평소 반응과 달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과 이번 검찰의 영장재청구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이며 검찰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수위조절은 그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던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날 20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점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 박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2시 ‘검찰 만행 규탄을 위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구속영장 재청구에 항의하기 위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직접 방문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장 청구서 내용을 보면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의당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방문해 이 문제에 대한 사과와 영장청구의 부당성을 지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장 율사 출신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기자 브리핑 내용을 수집해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과 내용을 공유했으며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배후설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의당이 박 위원장 ‘원톱’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이후 사드 배치 반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 요구, 공수처 신설 및 검찰개혁 촉구 등 이슈마다 사사건건 정부와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으며 오히려 더민주보다도 강성 야당 성격을 보였던 점이 밉보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보여주듯 김동철 의원은 이날 의총 브리핑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불법적인 영장 재청구는 청와대와 대검의 지시에 의한,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가 지난번에 비해 한층 파장이 큰 이유는 구속영장 청구대상인 박선숙·김수민 의원 뿐 아니라 국민의당이 이들을 비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등 의혹 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까지 명시됐다는 데에 있다.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20대 총선 당선자 중 당선무효형을 받은 의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국민의당에서도 영장 청구 대상이 된 의원들의 당선 무효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 증거인멸 시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 당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것은 물론이고 수사가 당내 다른 인사들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날 박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서 의원총회가 끝나자마자 곧장 김수남 검찰총장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에 대해 항의 방문하는 카드까지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며 자숙하던 당사자들도 이례적으로 입을 열었는데, 박선숙 의원은 이날 보좌진을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미 법원에서 구속의 상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사안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유감”이라며 “일관되게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었음에도 어떤 추가 조사도 없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 당내 ‘조기 전대’ 압박도 난제…朴 위원장 “8월말 거취 표명”
이렇게 벌집을 들쑤신 듯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로 뒤숭숭해진 국민의당에선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 인사들을 향한 반발까지 감지되고 있어 안팎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박 위원장 ‘원톱’ 체제에 대해 당내에서 일고 있는 반발 기류는 당초 안철수계 의원들이 비대위 체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조기 전대론’을 주장하며 불거졌지만 박 위원장이 당권은 자신이 쥔 대신 2선으로 물러난 안 의원을 차기 대권주자로 힘을 실어주면서 이제는 호남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해 최근엔 ‘안철수 사당화’ 논란까지 일어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안철수 사당화’를 주장하는 측에선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 겸직 문제가 이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겸직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결론을 내놓으라고 박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박 위원장도 지난 26일 “겸직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위원장은 28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선 “현재 제 거취를 밝히는 것은 오히려 당에 혼란을 준다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도 있기 때문에 아직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도 “당헌당규 등 모든 정비가 되면 8월 말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 때 태도를 표명하겠다”고 거취 표명 시한까지 대략적으로 제시했다.
또 그는 당 일각에서 불거진 ‘안철수 사당화’ 논란에 대해 이날 “국민의당을 ‘안철수 사당’으로 보는 시각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탈피하기 위해 박지원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다”며 “우리의 과제는 ‘안철수 사당’에서 빨리 벗어나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해 경쟁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여기에 안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도가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뒀는지 “안 전 상임공동대표 혼자서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며 “안 전 대표의 새정치, 천정배 전 공동대표의 개혁진영, 정동영 의원의 통일정책 등이 충돌하면서 외부에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정운찬 전 총리 등이 들어와 공정하게 경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에 대해선 “두 분은 대권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국민의당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적극 영입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했다.
이 같은 박 위원장의 노력이 8월 말 거취 표명 전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면 “전대는 빠르면 빠를수록, 비대위 수명은 단명할수록 좋다”던 그의 발언대로 ‘조기 전대 개최’에 본격 불을 붙이게 될 것인지, 아니면 당밖에서 불어닥친 뜻하지 않은 악재로 최소한 연말까지는 당 안정화를 위해 비대위를 이어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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