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박에 거액 날려 원한 품은 60대, 도박꾼 2명 살해
아내 병원비 등 거액을 사기도박으로 날린 60대가 자신의 돈을 가로챈 도박꾼 2명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잇따라 살해, 사체를 유기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 중부경찰서는 23일 사기도박꾼 2명을 살해한 뒤 농수로 등지에 사체를 유기한 송모(68.무직.전주시 팔복동)씨에 대해 연쇄강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한꺼번에 최대한 많은 현금을 빼앗고 '완전범죄'를 기도하기 위해 지난해 1월과 올 2월 정모씨(68)와 장모씨(40)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집에서 큰 도박이 열린다'고 유인했다.
송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정씨는 그대로 송씨의 함정에 빠졌고, 현금 200만원을 인출해 온 정씨에게 '화투짝이나 만져보라'고 안심을 시킨 송씨는 방심하고 있던 틈을 노려 예리한 흉기로 정씨를 살해했다. 송씨는 사흘후인 27일 새벽1시45분께 자신의 집에서 2㎞ 떨어진 전주시 송천동 비행장 옆 농수로에 사체를 유기했다.
올 2월15일 송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장씨 역시 똑같은 수법으로 당했으며 송씨는 300만원을 빼앗은 뒤 이틀이 지난 16일 새벽 0시30분께 전주시 완산구 전동 천변주차장에 사체를 유기했다. 당시 정씨와 장씨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들에게조차 행방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송씨는 지난해 변사체로 발견된 정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자신의 전화번호가 나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10여년 전 '도리짓고땡' 도박을 통해 장씨 등에게 아내 병원비와 결혼을 앞둔 딸의 아파트 계약금 등 1천800여만원을 잃었다"면서 "나중에 아내가 죽고 사기도박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앙심을 품고 있다가 그들을 유인해 살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전주시 팔복동 일대를 한달여 수색, 송씨의 집에서 장씨의 사체에 덮여있던 의류회사 포장용 박스와 같은 종류의 피묻은 박스를 발견한데 이어 이웃주민들로부터 사건발생 당시 장씨가 타고 온 검은색 무쏘가 송씨의 집 마당에 주차됐다는 진술을 확보해 송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은 "송씨의 치밀한 범행으로 자칫 살인강도 사건이 영구미제 사건화 될 뻔했다"며 "1년전 발생한 사건과 동일사건이라는 점을 알아채고 수사망을 좁힌 것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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