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시행 예정 ‘새 위자료 산정기준’ 절반에 불과

1일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 28부 심리로 열린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신현우 전 대표 측이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과학적 증거에 의해 입증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또 “검찰 측이 제출한 과학적 증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마케팅 담당 외국인 임원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신에서 “한국어를 못해 (‘아이에게 안심’ 이라는) 라벨 문구를 점검할 수 없었다”, 흡입독성실험 결과를 묻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황당하고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옥시는 지난해 말 피해자들의 폐손상원인이 ‘봄철 황사나 꽃가루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돈으로 피해자 입 막으려는 술수”
옥시가 지난달 31일에 내 놓은 최종 배상 안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적극 반발하고 있다. 국민적 옥시 불매운동에 한발 물러난 옥시가 진정한 책임 인정 없이 돈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배상안의 수용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옥시는 성인의 경우 치료비와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에 위자료를 최고 3억5,000만원 지급하고 영유아와 어린이는 일실수입이 계산하기가 쉽지 않아 일관적으로 10억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배상안의 적용 대상도 정부의 1, 2차 조사에서 1, 2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로 한정했다.
그러나 이 배상안이 법원이 추진하는 새 위자료 산정 기준의 절반에 불과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법원이 9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새 위자료 산정 기준은 최고 상한선이 11억2,500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와 RB피해자위원회는 옥시가 내놓은 최종 배상안과 관련, 피해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영국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면 피해배상금 외에도 매출의 10%인 1조8,000억원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미국에서는 피해자에게 수백억원씩 배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방관과 법적 제도 미비 속에 1,500억원도 안되는 비용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옥시의 일방적인 발표를 접한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옥시가 진정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원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보다 진지하고 솔직한 자세로 임해야 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일부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끝날 때 까지 옥시의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에 기인한다.
“국정조사 피하기 위한 꼼수”
국민의당 국정조사 특위는 옥시의 배상금 발표를 놓고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면서 “3, 4등급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옥시의 배상안 발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또 “그동안 옥시 임원진들이 보여준 태도는 지극히 불성실하고 비협조적적이었다”며 진정한 자세로 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근 벌어지는 다국적기업 폴크스바겐과 옥시 측의 안하무인 태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집단소송법 도입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집단소송법이란 피해자 개개인이 소송을 하지 않아도 대표 당사자의 피해가 인정되면 피해자들 모두에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6일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국적기업들의 횡포가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그동안 뻣뻣하기만 했던 다국적기업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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