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컷오프 이변…‘친노·친문 전대’ 비판은 피할 듯

당초 선발주자로 나서 당권 경쟁을 벌여왔던 범주류 추미애, 송영길 의원이 앞서는 가운데 뒤늦게 당권 후보군에 합류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컷오프를 앞두고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송영길 의원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또 예비경선 이전에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기관마다 1위에 차이는 있었지만 줄곧 송 의원이 추 의원과 선두 경쟁하는 구도로 나온 바 있어 이번 결과를 두고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이 같은 의외의 컷오프 결과가 나온 배경과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후끈 달아오른 당권 경쟁으로 벌써부터 본선을 향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예상 못한 송영길 컷오프…경쟁후보들도 어안 벙벙
지난 전대에 비해 거물급이라 할 만한 후보들이 특별히 없는데다 친노 일색 후보들만으로 이뤄져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진행되던 더민주 당권 경쟁 도중 전대 후보자 등록일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던 비주류 이종걸 전 원내대표이 결국 뛰어들면서 발동된 ‘컷오프’ 룰에 뜻밖에 송 의원이 발목 잡혔다.
송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진행된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된 뒤 기자들에게 “예비경선이다보니 순위가 안 나오고 전략적 배제 등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나름 탈락 이유를 분석했지만 “(탈락) 예상을 못했다”며 당혹스러운 심경을 감추진 못했다.
앞서 전날 추미애·김상곤·이종걸 세 후보가 송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연설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당 선관위에 ‘불법선거운동’을 한 만큼 제재하라고 촉구했을 만큼 송 의원에 대한 다른 당권 주자들의 견제는 상당했다.
또 송 의원 본인 역시 예비경선 투표를 목전에 두고선 네거티브 공세보다 ‘사드 재검토’를 위해 국회비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추진하겠다는 등 공약 제시 쪽에 무게를 둬 본선 진출은 어느 정도 자신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 그동안 친문 구애를 이어온 것도 모자라 예비경선 정견 발표 자리에서도 송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론을 계승·발전시키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주류와 비주류 모두에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예선에서부터 낙마하게 되자 자신이 ‘전략적 배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기자들이 그가 내놓은 ‘전략적 배제’의 의미에 대해 묻자 송 의원은 “될 거라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을 찍었겠지”라고 답했는데, ‘탈락에 어떤 영향이 있었던 것 같나’라는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엔 “모르겠다. 누구나 다 될 거 같은 거 아닌가”라며 허탈한 속내를 드러냈다.
예상외의 결과에 심기가 불편한 듯 다른 후보를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됐습니다”라며 단호히 일축했다.
송 의원 본인 뿐 아니라 얼떨떨한 반응을 보인 건 당초 언론에서 유력한 컷오프 후보로 거론되던 김상곤·이종걸 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김 전 혁신위원장은 “오늘 결과는 예상 외의 사건”이라고 평했고 가장 늦게 당권 도전에 뛰어들어 컷오프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전 원내대표도 “이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해 초반부터 송 의원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추 의원은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 송영길 탈락, ‘86그룹’ 당 장악 우려 탓?

송 의원의 탈락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더민주 중앙위원들이 ‘86그룹’ 맏형 격인 송 의원처럼 운동권 출신이란 점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즉, 현재 원내 지도부 구성원 중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기동민 원내대변인 등 운동권 86그룹 출신이 상당하기 때문에 당 대표까지 운동권 출신이 장악하게 되면 이들이 서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대선가도를 닦아야 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당 통제력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친노·친문 측의 우려가 이번 컷오프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송 의원이 그간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온 원내 지도부와 달리 내내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해왔음에도 실상 친문 측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작 ‘친문 구애’ 전략이 별 효과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친문 측의 외면 외에 지나친 친문 구애 행보로 비주류 측 표심마저 이반된 것은 물론 총선 이후 당권 출마와 관련해 송 의원이 자신이 소속됐던 통합행동 출신인 김부겸·박영선·이종걸 의원 등과 함께 단일 후보를 내기로 했으나 결국 단일화 논의 전에 송 의원이 먼저 출마했다는 점도 컷오프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전 원내대표가 ‘비주류 단일후보’를 표명하고 출마한 점이 당초 송 의원에게 가려던 비주류 표심까지 분산시킨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이날 최약체로 여겨졌던 이 전 원내대표가 본선에 진출하고 송 의원은 탈락하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한 당 관계자는 “비주류 표가 분산된 것 같다”고 견해를 피력한 데서 이를 눈치 챌 수 있다.
낙마가 분명해 차라리 출마하지 않는 게 낫다는 비주류 인사들의 만류와 충고를 뿌리치고 이 전 원내대표가 끝내 출마를 단행한 만큼 비주류 측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비주류 대표 후보’라며 나선 이상 예비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친문계가 다수인 당내에서 비주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를 과시하려는 차원에서라도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이 전 원내대표에 비주류가 몰표를 줬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 결과는 예비경선 선거인단 363명 중 263명이 참여해 72.4%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무효표는 4표가 나온 것으로만 밝혀졌을 뿐 각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 수는 공개되지 않아 어떤 계파 혹은 지역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게 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경쟁후보는 이번 컷오프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김 전 위원장은 “제가 원외이고 평당원인데, 선거인단들 사이에서는 우리 당이 혁신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는 걸 느꼈다”며 원외 출신이란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해 예선을 통과하게 된 것이라 자체 분석했다.
◆ ‘1강2중’ 구도의 본선 ‘3파전’…추미애 미소 짓나
일단 4명의 후보 중 1명이 컷오프로 당권후보군에서 이탈하며 본선까지 범주류의 추 의원과 김 전 위원장, 비주류의 이 전 원내대표라는 3파전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예상밖으로 비주류 후보가 선전한 셈이어서 ‘친문 일색 전대’라는 비판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추 의원과 경합하던 강력한 경쟁 상대인 송 의원이 낙마해 ‘1강 2중’ 상태가 되면서 원외 출신인 김 전 위원장과 비주류 출신인 이 전 원내대표는 그저 전대의 대표성을 살리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후보일 뿐 사실상 이번 예선을 통해 본선 결과까지 결정된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문계의 지지가 본선에서 당락을 좌우할 텐데 비주류인 이 전 원내대표는 논외로 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지낸 경력으로 친문계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원래는 계파색이 옅은 편인데다 아무리 원내 기반이 약한 원외 출신이라 해도 지금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며 문 전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친문계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혁신위가 해체된 뒤에도 자신이 만들었던 혁신안을 수정하려는 시도가 비대위 체제에서 일어나자 원외에서 강하게 반발한 점 등으로 미루어 특정 현안에 있어 문 전 대표와 이견 차가 생길 경우 김 전 위원장은 현재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 못지않게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예비 경선에서 통과가 유력했던 송 의원조차 친문계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탈락한 만큼 추 의원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을 거란 주장도 펴고 있는데, 끝을 알기 힘든 이 혼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약 3주 뒤 열릴 전대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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