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복 현실화되면 면세점 ‧ 호텔 업계 직격탄…2000년 마늘파동 악몽 떠올라

한반도 사드배치로 야기된 한중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표면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관광 여행 숙박업계를 중심으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과거에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국들과의 마찰이 있을 때 교역 투자 등 경제 분야에서 장벽을 쌓으면서 소기의 성과를 얻은 전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마늘파동. 당시 한국이 저가 중국산 마늘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하자 중국은 한국의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듬해 일본도 중국산 농산물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중국은 일본산 자동차와 휴대폰 에어컨에 100% 특별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이후 남중국해 분쟁으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게도 경제보복으로 밀어붙였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고민하는 시나리오는 중국이 지난 마늘파동 때와 같은 경제보복으로 밀어붙인다면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을때는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라 취해진 조치였지만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태도는 규정을 무시하고 오직 힘밖에 없었다.
화장품 업계, 中 화장품 품질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초비상
특히 화장품업계는 12월부터 화장품 품질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상이 걸렸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중국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은 중금속 함유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화장품안전기술규범’을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 규정은 위해물질 안전관리 강화조치와 함께 화장품 금지‧제한 물질에 대한 검사방법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번 발표는 자국 내 화장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중화권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 25억8,780만달러 중 중국이 10억6237달러, 홍콩이 6억4182달러를 차지해 중화권이 국내 화장품 수출의 65.9%에 이르는 큰 손으로 부상했다. 중국 의존도가 워낙 크다보니 중국의 대외정책에 따라 화장품 업체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는 중국내에 혐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중국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중국인 입국자 수가 감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인 입국자수는 75만8,000명에서 7월에 83만명대로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8월에는 9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2012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당시, 단체관광객들의 일본 여행을 금지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 관광객이 급감할 수 있어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시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30% 정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가 한국 관광 금지 조치가 내릴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면서 사태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 ‧ 신라 면세점, 중국 관광객 상대 매출 절대적 … 뾰족한 해결책 없어
만약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다면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게 될 업종은 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 상반기에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이 전체 매출액의 78%를 점할 정도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신라면세점 역시 같은 기간에 전체 매출의 65% 정도를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올렸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이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백화점 업계는 면세점만큼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다소간의 여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업체 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은 전체 매출의 1~5%를 중국인 관광객이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는 식이다.
호텔업계, 요커 비중 20~25% … 면세점 못지 않게 심각한 타격
반면 호텔은 면세점처럼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절대적이니 만큼 중국 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충동 신라호텔과 소공동 롯데호텔의 중국 관광객 비중은 20%~25%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호텔이라고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다면 면세점과 함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내국인들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머니를 닫고 있는 와중에 중국 관광객마저 줄어든다면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사드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며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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