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기만 젖 주는 서울시의 ‘못된 행정’
우는 아기만 젖 주는 서울시의 ‘못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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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수 회장
마포구에서 운영해온 마포 농수산물센터를 최근 서울시에서 다시 가져가겠다고 한다.
 
현재 마포 농수산물센터는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본래 이곳이 서울시 소유 부지지만 난지도에 더 이상 쓰레기를 매립할 수 없게 된 이후 흉물로 방치되어오던 것을 새로이 활용해보라고 시가 마포구에 위임한 이후 여기에 농수산물센터를 세우고 지금껏 운영되어왔다.
 
예전 난지도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던 당시만 해도 지금과 달리 일반·지정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품 등 4가지 분류체계조차 없이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매립되었고 무단투기조차 가능했는데, 심지어 난지도 매립지의 절반 정도는 분뇨가 산적된 곳이었고 매일같이 악취가 코를 찌르는 데도 불구하고 서울시로부터 마포구가 쓰레기 처리로 인한 그 어떠한 보상도 받은 적이 없으며 피해를 보는 주변지역 거주민에 대한 보상도 이뤄진 바가 전무하다.
 
그나마 난지도에 쓰레기 매립이 더이상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불가피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인천으로 옮기게 되고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많이 정비되면서 이전보다는 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나 과거에 매립된 쓰레기양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아직도 일부 악취가 나고 가스가 발생하는 등 앞으로도 자연 본연 모습으로 돌아가기엔 상당히 오랜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경에서 마포구민들은 오랫동안 서울시민의 편의를 담보로 불이익을 감내해온 것은 물론 당인리 화력발전소 문제부터 난지도에 이르기까지 구청장이 앞장서서 보상을 요구하며 어떤 집회나 시위를 갖고 불만을 드러낸 적조차 전혀 없었다.
 
그런 마포구민에게 서울시는 오히려 더 큰 보상을 하는 건 차치하고 고작 쓰레기장 위에 세운 농수산물센터조차 빼앗아가려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도권 매립지가 인천으로 옮겨진 이후 인천시는 지난 2015년 10월 체결된 ‘수도권매립지 반입수수료 지원금 징수 이행 협약’에 의거 2016년부터 약 500억 원 규모의 수도권 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 50% 추가가산금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여기에 서울시로부터 받을 경인아라뱃길 부지보상금까지 합쳐 이 예산으로 노인복지회관 건립, 근린공원 친수공간정비 등은 물론 환경개선 및 주민편익사업을 집중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시는 인천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이유로 지금 그 지역에 폐기물 반입수수료까지 납부하면서 정작 예전부터 쓰레기를 매립해온 난지도와 관련해선 마포구민들의 환경개선을 위해 마포구에 예산지원은 못할 망정 농수산물센터까지 가져가려 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사안 앞에선 시는 늘 예산에 여유가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 줄 예산은 있고, 난지도 악취를 수십 년간 참아온 마포구민에게 지원할 예산은 없는지 묻고 싶다.
 
우는 아이에게만 젖을 물리고, 목소리가 큰 사람만 지원하는 것이 행정이라면 평소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찾고 민심을 들여다봐야 하는 관(官)의 역할은 대체 뭐란 말인가.
 
박원순 시장은 무턱대고 마포 농수산물센터에 손을 대기 전에 ‘서울시민’이기도 한 마포구민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더 현명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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