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수강과목 선점후 판매 만연
2학기 수강신청 변경기간에 들어간 요즘 대학가에서 학생들끼리 자신이 원하는 강의의 `수강권'을 사고파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6일 서울 소재 대학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할 마음이 없는 인기 과목을 일단 신청한 뒤 수강신청 변경기간에 돈을 받고 다른 학생에게 수강권을 넘기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수강권을 파는 학생은 `장사'가 끝나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전공 과목이나 교수 재량으로 전산상 수강신청 없이도 등록이 가능한 과목을 신청할 요량으로 불필요한 과목으로 신청 과목을 채운 뒤 이를 파는 배짱을 부린다는 게 학생들 설명이다.
연세대 인문계열 박모(27)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교양필수 과목을 돈으로 사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과목을 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임자'가 나타났는지 금세 사라지곤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1학점 당 보통 1만원에 거래돼 한 과목이 대개 2만∼4만원에 사고 팔리는 것으로 안다"며 "수강변경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단가가 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한양대 게시판에 `돈으로 사고 파는 교양수업?'이라는 글을 올린 학생은 "초ㆍ중ㆍ고 교육을 받으면서 점수보다 중요한 게 양심이라고 배운 지성인이 비양심적 행동을 하는 바람에 정작 등록금을 제대로 내고도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은 "신청한 과목 대부분을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 상습적으로 빼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일삼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대책을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는 학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학교측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의 무관심과 학생의 도덕적 해이 속에서 수강신청 변경기간이 끝나고 도서관 사물함 배정 기간이 되면 사물함을 파는 행위가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립대학 학사과 관계자는 "수강권 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학생회나 학교신문을 이용해 학생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자제하도록 계도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 올 여름학기에 수강권 매매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던 서울대는 "수강권 매매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지만 대량 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해 진상조사를 매듭지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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