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정부를 연일 비판하자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정부로선 누진제 개편을 외면하기 쉽지 않은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드배치 논란으로 지역민심이 이반되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진제 폐지 논란이 불거지자 누진제를 개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국정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누진제 전면 개편으로 선회했다.
누진제 개편은 없다는 입장에서 누진제 전면 개편까지 10일간 보여준 정부의 독선과 오만으로 더위에 지친 민심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정부로선 내년 대선까지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면 차기 정권창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민심이반을 막고 전기요금 인하로 분노한 민심을 다독여야할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누진제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진제 전면 개편으로 전기요금이 인하되면 한전의 수익성과 정부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전문가들은 누진제 구간 조정을 통해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8일 누진제 개편안 등을 논의할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가졌다. 누진제 전면 개편으로 가닥을 잡은 정부 여당은 제도 자체는 유지하면서 누진단계와 누진율 등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산업용·주택용 등 세분화된 요금체계도 개편한다.
누진제 개편 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현행 가정용 누진제 6단계를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흐지부지 됐고, 2013년 감사원은 한전과 산업부에 누진제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귀를 닫았다.
이후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가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누진제 개편 목소리가 빗발쳤음에도 ‘부자감세’ 논리로 여론을 무시하다 7~9월 한시적인 인하로 돌아섰지만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 되면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백기투항으로 누진제 전면 개편으로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선 상황. 일단 정부 여당이 누진제 전면 개편으로 나섰다는 점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여론을 의식한 용두사미 개편으로 끝날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 각계 참여는 물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 등 정부 여당 중심의 회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합리적인 누진제 개편과 전기료 체계의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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