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1974년 고유가 상황에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체가 절감하기는 어려우니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라도 절약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래 지금껏 지속돼 왔다.
문제는 그간 국민소득이 대폭 신장되면서 우리 가정에 많은 가전제품들이 필수적으로 자리 잡아 과거의 전기사용량을 척도로 삼기엔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현재 저유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에는 정부가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누진제 적용으로 이례적 폭염에도 가정 내 에어컨을 켜는 것조차 고민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충에 대해 정부는 되레 ‘블랙아웃 가능성’까지 들어가며 외면하기 바빴고,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고자 뒤늦게 내놓은 당정의 전기요금 인하 방안조차 한시적으로 한 세대당 2만원씩 할인해주겠다는 미봉책에 그쳐 이래저래 국민들의 불쾌지수만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한전이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어 전기요금 인하가 어렵다면 그나마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법도 하지만 한전은 작년에 무려 11조원이 넘는 수익을 냈을 뿐 아니라 임직원 성과급으로만 3600억 원을 지출한 바 있어 공기업이 ‘자기 곳간 채우기’에만 급급하고 사회적 책무는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전은 전기생산업체도 아니고 전기유통업체이면서도 정부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저유가일 때는 전력구매단가가 낮아진 만큼 판매단가도 어느 정도 인하해야 하지만 독점 상황으로 인해 저유가로 얻은 반사이익을 독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단가를 낮추기는커녕 올려버려 만인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일례로 한전은 자회사로부터 전기 1kWh(킬로와트)를 구매하는 단가는 작년의 경우 1kWh당 85.9원으로 지난 2014년보다 7.8원 하락했음에도 그 해 판매단가는 1kWh당 25.6원으로 책정해 지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4.8배나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증유의 무더위 속에 서민들이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조차 켜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이 같은 한전의 작태를 보면 과도한 전기요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전 개혁부터 선행돼야 한다.
당정은 단순히 누진제라는 일면만 다룰 게 아니라 전기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현행 시스템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하며 전기 생산원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국민들은 국가 발전의 미명 하에 불합리한 가정용 전기요금 제도를 묵묵히 감내해왔고, 그 사용량조차 현재도 OECD 기준으로 봐도 가정용만 따져보면 평균의 절반에 그칠 정도로 그 어느 국내기업보다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왔다.
더 이상 ‘블랙아웃’을 운운하고 하석상대식 꼼수 대책으로 국민을 농락할 게 아니라 정부는 그동안 고생한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전기요금제도를 내놓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전 개혁 역시 과감히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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