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감찰, ‘감찰 유출 문제’로 비화되나
우병우 감찰, ‘감찰 유출 문제’로 비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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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여부 놓고 진실공방
▲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18일 오후 이 특별감찰관이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에 대한 검증을 맡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최근 한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 수석 의혹 검증이 되레 이 감찰관의 감찰 유출 문제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사정업무를 보좌하고 검찰 인사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역 민정수석을 상대로 한 감찰이란 점에서 사실상 수사의 한계를 토로하는 과정에서 일부 감찰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문제로 정치권 역시 분열된 채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새누리당은 우 수석 거취 문제를 놓고 지도부마저 의견이 갈리면서 또 다시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별감찰관의 활동기한이 만료되기 하루 전인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끝내 우 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한 가운데 한 보수성향의 민간단체가 이 감찰관을 ‘감찰 내용 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등 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청와대 “감찰 내용 유출, 국기문란”…‘정윤회 사건’과 동일 패턴?
 
이 감찰관이 우 수석에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의 공을 검찰로 넘겨버리자 청와대는 19일 이 감찰관에 대해 ‘감찰 내용 유출’을 내세워 즉각 맞불을 놨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춘추관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 감찰관이 감찰 진행상황을 특정 언론에 누설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즉각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반응을 내놨다.
 
앞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이 감찰관의 발언에 따르면 “우병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라거나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한다”,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꼼짝도 못한다” 등 우 수석 의혹 감찰과 관련해 제대로 협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뉘앙스를 풍긴 바 있는데, 이를 놓고 언론에 감찰 내용 유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우 수석 의혹 수사보다 감찰 유출 문제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 수석은 이날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별감찰관법 22조까지 일일이 언급하며 “어떤 경로로 누구와 접촉했으며 그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한층 압박 수위를 높였는데, 심지어 “국기를 흔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감찰관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맹비난은 지난해 3월 ‘특별감찰관제’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자 이 감찰관을 첫 특별감찰관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감찰업무의 전문성과 수사경험을 두루 갖추는 등 최초로 시행되는 특별감찰관의 적임으로 판단했다”고 스스로 내놨던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극명하게 비쳐지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 청와대에 추천했던 3명의 특별감찰관 후보자 중 새누리당에서 추천했던 이 변호사를 지명했었지만 이번 사태에 직면해선 정작 감찰 대상이었던 우 수석과 관련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 감찰관에겐 날을 세웠다는 점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 수석’을 안고 가는 방향으로 방침을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우 수석이 청와대에 자칫 큰 부담이 될 뻔했던 ‘정윤회 사건’을 능숙하게 처리한 중요 인물인 만큼 결코 ‘놓을 수 없는’ 카드인데다 레임덕이 우려되는 가운데 청와대 핵심 실세까지 감찰 대상으로 지목된 데 따른 박 대통령의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핵심 실세로 지목된 인물을 둘러싼 사건인데다 청와대에서 ‘유출’에 방점을 두고 ‘국기문란’이란 표현까지 동원하며 의혹을 제기했던 측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과거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곧잘 비교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정윤회 사건’ 당시에도 비선실세인 정윤회 씨가 국정을 좌우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은 일단 해당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한 뒤 이 사건을 ‘국기문란 행위’라고 질타했고, 검찰도 ‘문건 내용’보다 ‘문건 유출’ 자체를 규명하는 데 힘을 기울여 당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민주 의원을 비롯해 박관천 행정관 등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핵심실세인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을 규명하려는 과정에서 이보다 이를 규명하려는 측이 역공을 받는 형국으로 흐르는데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사건’ 때처럼 직접 나서지만 않았을 뿐 청와대에서 즉각적으로 강경한 반응을 보이며 ‘유출 문제’ 쪽에 초점을 뒀다는 점에서 많은 점이 유사하게 비쳐지고 있다.
 
일단 ‘국기문란’ 대상으로 지목된 이 감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유출된 내용 자체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아 어디까지가 ‘기밀’인 것인지에 대한 청와대와의 시각차도 분명히 드러냈다.
 
◆ 與 ‘우병우 거취’ 놓고 입장 갈려…내홍 재발되나

 
한편 새누리당도 우병우 수석과 관련된 문제로 또 다시 정국이 혼돈 상황으로 흘러가자 지도부까지 의견이 갈리며 내분이 재발될 조짐까지 비쳐졌는데, 강성 친박계에선 청와대와 한 목소리로 이 감찰관 비판에 열을 올린 반면 범친박 및 비박계에선 논란의 중심에 선 우 수석이 조속히 스스로 거취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먼저 강성 친박계로 꼽히는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특별감찰관이란 엄중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만약 특정 언론이든 누구든 감찰 내용을 흘렸거나 상의했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며 “앞으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진상 규명을 반드시 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청와대와 동일한 입장을 내놨다.
 
반면 친박이긴 하나 강경파는 아닌 같은 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 수석 입장에선 특별감찰관의 일련의 행태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지금 검찰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선 우 수석이 빨리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 원내수석은 이어 “지금 어찌되었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황에선 대통령의 참모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이게 대통령께 너무 정치적 부담이 크다.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본인 거취에 대해 이제 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우 수석의 버티기가 야당의 특검 요구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구실을 주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며 우 수석이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병우 지키기’로 굳어진 청와대 입장 발표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우병우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은 그대로 견지한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 원내수석 외에도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도 같은 날 ‘우병우 지키기’로 굳어진 청와대 입장 발표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우병우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은 그대로 견지한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 수석 퇴진 요구와 관련,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민정수석의 신분을 가지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우 수석 퇴진과 관련해선 “내가 당 대표, (청와대) 수석하고도 다 이야기했다”며 “감찰관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다루는 것”이라고 이 감찰관의 감찰 유출 논란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우 수석 퇴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정 원내대표로부터 어제 일방적으로 ‘우 수석 사퇴가 옳다는 뜻을 밝혔다’는 문자메시지만 받았던 점을 강조하며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상의’한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해 ‘우 수석 유임’ 기류가 흐르는 청와대의 속사정을 내비쳤다.
 
이렇듯 서로의 말이 엇갈리는 가운데 함께 정 원내대표로부터 김 수석과 함께 거론됐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도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얘기하지 않겠다”며 사흘째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청와대 입장을 의식했는지 “진상규명해서 문제가 나왔다고 하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나? 당장 물러나야 되죠”라며 현 시점에선 현직에 남은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계파 해소를 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던 자신의 공언과 달리 당청관계가 다시 틀어질 것부터 우려했는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야권의 파상공세는 차치하고 여당 내부에서부터 우 수석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이견 차를 드러내면서 전당대회를 거쳐 간신히 매듭지어진 당청관계와 당 내홍 문제가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벌써부터 당내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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