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음미해보는 두 음유시인의 속삭임
다시 음미해보는 두 음유시인의 속삭임
  • 이문원
  • 승인 2004.03.27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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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봄바람 꽃노래"
격동의 시절을 살아온 세대에게 정태춘과 박은옥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아득한 '노스탈지아'가 아닌 '살아숨쉬는',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힘과 긍정적인 시선을 의미하고 있다. 특유의 애잔한 서정성과 은유적으로 뿜어내는 속깊은 저항에의 이미지까지, 다양하고 뿌리깊은 그들만의 음악세계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은 모종의 '상처'를 남긴 것만은 분명한데, 그들이 지난 2002년, 새 음반인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를 내놓고 2주간의 공연을 가졌을 때에도 우리는 그들을 '왕년의 가수'라거나 '추억의 아이콘'으로서 받아들였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서 함께 살아숨쉰 '증인'이자 '동료'로서 그들의 음악을 우리 정서 깊숙이 받아들였었다. 그런 그들이 1년 반의 공백을 갖고 다시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봄바람 꽃노래"라 이름지워진 이번 콘서트는 분명 '봄바람'이 일고 '꽃노래'가 불리워질 법한 시기임에도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스럽게 그지없는 이 시기에는 가히 역설적인 표현으로까지 여겨지는데, 이렇듯 대치되는 두 가지 양상이 바로 '정태춘·박은옥'이 그대로 간직한 그들의 색상, 즉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을 때, 이를 직설적으로 받아들여 역시 직격적인 방향으로 반응을 뿜어내지 않고, 서정적이고 자연주의적인 방향으로 이를 틀어 표현해내는 방향성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이기에, 특히나 이번 콘서트는 청중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 싶다.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윙윙윙', '탁발승의 새벽노래', '정동진 3'로 이어지는 '정태춘·박은옥'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스산한 청중들의 마음을 달래줄 것이며, 웃음과 눈물, 아쉬움과 그리움을 함께 조용히 속삭여주는 그들의 음악세계는 그간 정태춘·박은옥에게 무심했던 이들이나, 심지어 그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까지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장소: 제일화재 세실극장, 일시: 2004.04.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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