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 마이페어레이디"
'피그말리온'이라는 제목을 들어본 이들은 드물지라도,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제목을 들어본 이는 아마도 부지기수일 듯. 바로, 죠지 큐커 감독, 렉스 해리슨과 오드리 햅번 주연의 1964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마이 페어 레이디" 때문일텐데, 바로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 희곡이자, 거장 버나드 쇼의 대표작, 그리고 '피그말리온 효과' 내지는 '히긴스 콤플렉스'라는 정신적 증세명칭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연극 "피그말리온 - 마이페어레이디"가 우리 연극무대에 오른다.
언어유희적 요소가 가장 활발하고 정확하게 구사되어 있는 희곡 - 비록 번역상에서 많은 '원문적 재미'가 떨어져 나가긴 하겠지만 - 이자, 슬랩스틱적 요소를 가장 '연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희곡,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구조 하에서도 얼마든지 깊이있고 노골적인 주장들을 펼쳐낼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는 성공적인 '상업적 작가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희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피그말리온 - 마이 페어 레이디"는 소극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엄격했던 영국의 사회계급에 대해 노골적인 풍자 - 바로 '교육'으로서 계급간의 차이는 무너지며, '혈통'은 '사회화 통일'의 물결 하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암시 - 를 감행함과 동시에, 사람의 인성까지도 바꿔버리는 '언어'의 중요성과 그 변용성에 대해 토로하는 담대한 주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과 사랑에 빠지는' 가히 변태적인 욕구를 대변하고 있는 신화적 배경과 정신적 콤플렉스의 집합체적 역할까지도 함께 아우르고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소설, 논설, 평론, 강연, 서한, 그리고 희곡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맹활약한 바 있는 '전설적인' 작가 버나드 쇼의 희곡을 국내 무대에서 본다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피그말리온 - 마이 페어 레이디"는 이 봄,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함께 복합적으로 펼쳐져있는 작품 내부의 사상을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체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장소: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일시: 2004.04.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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