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문제’, 당청 동반 레임덕 단초 될까
‘우병우 문제’, 당청 동반 레임덕 단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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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이철성·박근령’ 논란에도 禹 비호 일변도…‘禹 묵인’, 與 지도부는 벌써 ‘흔들’
▲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청와대 국무회의 당시 박 대통령 모습.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찰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둘 모두에 대해 동시 수사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을 중심으로 24일 수사팀 인선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조금씩 진척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수사 대상자인 우 수석과 이 감찰관 모두 의혹이 사실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을 들어 현직에서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그 중에서도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직책이 검찰 인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거취를 정리하지 않은 채 수사를 받겠다는 자체가 검찰 수사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별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고는 최소화하고 수사 결과만 전하라고 윤 팀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 지키기’에 나설 뜻을 굳건히 하고 있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논란에 대해 강행 돌파로만 대응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현재 친박 일색인 여당 지도부까지 자칫 동반 레임덕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우병우 문제에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정현 대표를 향해 24일 당내에서조차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정현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朴 대통령, 이철성 검증 실패에도 ‘禹 끌어안기’…대체 왜?
 
박 대통령이 24일 과거 음주운전 교통사고 전력에도 불구하고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를 끝내 경찰청장으로 임명해 야권이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당장 더민주는 이재경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의 임명은 잘못된 검증을 정당화하기 위해 잘못된 인사를 강행하겠다는 대통령의 독선과 오기”라며 국회가 이철성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점을 들어 “국회를 무시하고 법으로 정한 인사 청문절차를 부정한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여기에 국민의당도 가세해 같은 날 양순필 부대변인의 논평에서 “무능한 것이 아니라면 실로 뻔뻔한 인사행태”라며 “부실 검증으로 추천된 잘못된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청와대에 날을 세웠다.
 
앞서 있었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단순히 음주 교통사고만 일으킨 게 아니라 자신이 경찰 신분이라는 점까지 숨겨 징계를 피했던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한층 크게 일어났었는데, 야권은 이런 인물을 인사 검증했던 청와대 인사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병우 수석이었다는 점을 들어 그간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특히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철성 후보자의 음주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겼던 사실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알렸는데도 내정을 강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청장의 내정을 철회할 것을 청와대에 촉구하는 한편 인사검증에 실패한 우 수석에 대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야권의 질타를 받아온 이 내정자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면 경찰청장에 내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신의 과오를 순순히 시인했었는데,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것은 괜히 임명을 철회했다간 야권이 이를 놓고 인사검증에 실패한 우 수석까지 경질해야 한다는 구실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야권이 비단 이철성 문제 뿐 아니라 최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점을 두고도 대통령 친인척 동향을 제대로 파악, 관리하지 못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책임이 크다며 사안마다 우병우 민정수석를 몰아세우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부분도 박 대통령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4일 이재경 대변인이 현안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검찰 고발된 점을 꼬집어 “대통령 친인척마저 관리하지 못하는 민정수석은 더 이상 자리를 지킬 명분이 없다”며 “우병우 수석은 이미 자신의 무능을 충분히 증명한 만큼 더 버티지 말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우 수석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야권의 맹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우 수석 거취에 대해선 마치 금기라도 되는 양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 정도로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감싸는 이유를 놓고 일각에선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크게는 박 대통령이 대체 인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우 수석을 크게 신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거꾸로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믿을 수는 없으면서도 그가 이미 청와대 내부 사정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잘못 내쳤다가는 보복성 폭로로 맞대응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안고 간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으로 보든 이미 야당이 청와대를 공격할 명분으로 우 수석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에게 그는 ‘계륵’ 신세가 된 셈인데, 친박 인사들은 대체로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이 보인 능력이나 그가 구축한 사정라인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기보다는 과거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김기준 전 비서실장에게 항명한 일이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청와대를 당혹스럽게 만든 점에 비쳐 또 다시 민정수석실에서 거꾸로 칼날을 겨눌 것이란 우려가 결국 우 수석을 감싸기로 결정하게 된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 禹 관련 ‘침묵’하던 與 지도부, 당내 반발에 ‘움찔’
▲ 우병우 수석 사퇴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한편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레임덕을 막을 것으로 전망되던 친박 일색의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도 우병우 문제가 연일 정치권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조차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당내 일각의 반발에 직면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그간 계파 해소를 공언해오기는 했으나 당선 후 당청관계를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박 대통령이 부담이 되고 있는 우 수석 거취 문제에 대해선 아직 당 공식 입장을 좀처럼 내놓지 않고 있다.
 
되레 이 대표는 야권이 우 수석을 거론하면서 어떤 공세를 펴든 아랑곳 않고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호남 챙기기’에 나서거나 건국절 제정을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등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핫이슈와는 약간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 대표로 인해 당내에선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점점 표면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범친박계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8일에 이어 24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는 임명직이니 임명권자(대통령)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란 생각은 교만”이라며 우 수석을 향해 사퇴 압박을 가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신임 지도부가 우 수석 거취에 대해 침묵하는 것과는 달리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 사퇴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그는 대통령 의중을 받든다며 우 수석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이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서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자신의 권한을 잠시 맡겨둔 대리인에 불과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정 원내대표 뿐 아니라 당내 비박계 의원들도 점차 당 지도부를 향해 우 수석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지난 8·9전대 당시 비박계 단일후보로 나왔던 주호영 의원은 24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당정청이 협력해야 할 때도 있고,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이 있다”며 우 수석에 대해 침묵하는 당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 의원은 당 지도부를 겨냥해 “민심만 봐야 하는데 당이 민심을 보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이 앞선다”며 “우 수석 문제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내년 정치일정에는 선거도 많은데 우리는 국민만 보고, 국민의 뜻을 전하고 받드는 길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한층 비판 수위를 높였다.
 
뒤이어 나경원 의원까지 우 수석 문제를 지칭한 듯 “지금 가장 국민이 관심 있는 현안에 대해 좀 더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으면 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하자 이 대표는 결국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크든 작든 어떤 일이 완전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항상 이런저런 과정이란 게 다 있다”며 경솔히 입장을 내놓기보다 우선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우병우 문제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놓으라는 당내외의 압박이 불쾌한 듯 이날 민경욱 원내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당의 입장이 사안에 따라선 다양하게 나올 수도 있고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되지 않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민 대변인은 우 수석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태도에 당내 불만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지금 상황이 갈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 사안을 보는 국민의 시각도 다양”하다며 이정현 체제가 출범 초부터 레임덕 위기에 몰린 것으로 확대해석 될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단 당 지도부가 우 수석 문제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 공을 넘기고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앞으로 나올 수사 결과에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특별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윤갑근 대구 고검장이 우 수석과 연수원 동기인데다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만큼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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