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중간선거 둘러싸고 조기 퇴진 압력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내년 5월 노동당 당수직을 물러나고 7월에는 총리직도 사퇴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메모가 유출됐다. 그러나 내년 5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의 중간선거에서 노동당이 대패할 경우, 사퇴 일정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블레어 총리가 사퇴 압박의 궁지에 몰린 것은 낮은 지지도 때문이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보다 9%포인트 낮은 31%를 기록해, 19년만에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그 이유는 이라크 파병에 앞장서고, 레바논 헤즈볼라 사태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 적극 동조한 것이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세력의 이탈을 야기시켰다는 것.
당시 어윈 슈텔처는 이를 두고 "블레어는 부시의 푸들이 아니라 맹인안내견"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지난 4일의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의 격차를 4%포인트까지 줄였는데, 이는 레바논에서 이라크 전쟁을 재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1994년 노동당 당수로 선출됐으며, 1997년 2월에는 총리로 취임했다. 2004년 12월 차기 임기의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2009년 총선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수직의 임기는 3년으로 내년까지이며, 총리는 4년마다 열리는 총선에서 다수당의 당수가 맡는 것이므로 사실상 이번 임기는 다 채우고 떠나겠다는 셈이다. 당수직 사퇴에서 총리직 사퇴까지 소요되는 8주의 기간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 당수를 선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한편 노동당 의원들은 최근 노동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내년 중간선거 참패를 막기 위해서는 블레어 총리가 구체적인 퇴임 일정을 밝혀야 한다고 그동안 주장해왔다. 블레어 총리의 조기 퇴진을 촉구하는 서한에는 노동당 의원 50여명이 서명한 바 있다.
1990년 마거릿 대처 전총리 사임 때도 당시 걸프전을 둘러싼 대미종속외교에 대한 비난이 작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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