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용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박스' 개국
마니아용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박스' 개국
  • 강정아
  • 승인 2006.09.07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다운로드와의 경쟁, 수익원 창출의 성공 여부가 관건
▲ 애니박스 개국 특집작
지난 1일 ㈜대원디지털방송(대표 정욱)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박스'를 개국하고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서비스에 들어갔다. 애니박스는 8월 16일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했고, 스카이라이프 채널321번을 통해 송출하고 있다.

이어 케이블TV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다른 애니메이션 전문채널과는 달리 극장판과 OVA 위주로 반영하여, 주 시청자층을 성인과 마니아층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으로는 케이블TV 시청률 부동의 1위를 내주지 않고 있는 투니버스를 비롯해, 챔프, 애니원, 카툰네트워크, 애니맥스 등 다섯 개. 여기에 대교어린이TV와 재능방송 등 어린이채널과 퀴니 등 유사채널까지 합치면 애니메이션 채널의 경쟁은 심각한 형편이다.

'마니아 채널'이란 모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인 셈. 개국 특집작으로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극장판인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스팀보이'를 선보인다.

여기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 '게드 전기'로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도 독점 방영할 예정이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극장판 위주로 짜여졌다. 고전 신동헌 감독의 '돌아온 영웅 홍길동'과 이현세 원작의 '아마겟돈', 탄생 30주년을 맞아 디지털 작업된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 등도 방영할 예정이다.

일단 한국 작품이 다소 빈약하지만, 최근의 흥행작과 문제작을 총망라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편성은 '마니아용'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OVA시장이 점차 심야TV애니메이션으로 흡수되는 실정에서 '극장판과 OVA 위주'라는 편성 방침을 지키기엔 머지않아 프로그램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20대 이상의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과연 시장성이 있는 계층인가도 의문이다. 애니박스 홍보팀 전상규 씨는 "높은 퀄리티와 작품성을 가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그 수요로부터 수익을 뽑아낼 수익모델이다.

투니버스 등 다른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은 어린이 시청자 대상의 광고와 어린이용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데 비해, 마니아층은 아직 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국산 애니메이션 30% 방영 의무화' 쿼터제도 걸림돌.

한국 애니메이션은 거의 대부분 아동용 TV시리즈 위주로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애니박스는 80년대 초반에 제작된 '독고탁' 시리즈를 새벽시간에 트는 식으로 쿼터제를 방어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의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은 흔히 '어둠의 경로'라 일컬어지는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도 큰 문제다.

고화질, 번역의 완성도, 5.1채널 사운드의 지원이 불법 다운로드와 경쟁할 무기인 셈. ㈜대원디지털방송은 애니박스 외에도 챔프와 애니원 같은 걸출한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개국의 붐을 타고 무모하게 틈새효과만 믿으며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터.

"일본의 애니메이션 마니아 시장은 연간 2백억 엔 규모이며, 이러한 경향이 한국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애니박스의 믿음이 실현될지는 두고보아야 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