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수입맥주 시장, ‘세금차별’ 토로하는 국내맥주 회사들

결국 국내맥주 회사들이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통해 맛을 끌어올려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수입맥주와 경쟁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산맥주 맛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오랜 기간 지속돼온 ‘독과점’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맥주 제조업체는 대기업·중소기업·소규모 맥주 사업자를 포함해 57개에 이르나,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 등 상위 3개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적 구조다. 조금씩 점유율은 줄고 있지만 이들 3개 대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도 시장의 91.5%를 점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독과점 체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이 제한적이었지만, 지난 수년전부터 수입맥주가 시장에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맥주맛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대폭 늘어났고,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선 수입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2.8%에 그쳤으나 불과 5년 만에 3배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는 8.4%에 달했다.
국산맥주 매출이 지난해 2조 1,650억원에서 올해 2조 1,900억원(추정)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사이, 다양한 맛과 품질을 가진 수입맥주 매출은 지난해 5,000억원에서 6,200억원(추정)으로 껑충 뛰었다. 현재 수입 맥주는 세계 87개국에서 400여개 제품이 국내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1만원에 수입맥주(500ml) 4캔’이 담긴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해 들어 대형마트와 편의점 내 수입맥주 매출 비중은 이미 40%를 넘어섰다. 또 1500원 정도에 판매하는 저가형 캔맥주(500ml)도 홈플러스, 이마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산맥주는 맛과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맥주에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다.
◆ 국산맥주 각종 ‘규제’ 폐지 거론한 공정위
이같이 국산맥주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것을 의식한 듯,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 청사 컨벤션센터에서 '맥주시장 경쟁 활성화' 공청회를 열고 국산 맥주의 품질 향상과 가격 할인을 가로막는 각종 경쟁제한적 규제들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 맡겨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맥주산업에 대한 시장분석)에 따르면 ▲맥주 사업자 규모별 제조시설 기준 제한 ▲중소맥주업체 유통판매망 제한 ▲주류가격 신고제의 사실상 승인제 운영 등을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현재는 대기업·중소기업·소규모 사업자를 구분하는 제조시설 허용 기준을 두고 있어, 소규모 사업자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런 규제를 폐지하고, 최소 생산량 요건만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소규모 맥주 사업자가 슈퍼마켓-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를 금지하고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맥주는 종합주류도매상을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과도한 유통판매망 규제도 폐지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현 맥주가격이 형식상으로는 ‘신고제’지만 사실상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승인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가격통제가 사라지면 업체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문제는 과도한 세금 때문?
국내 맥주회사들은 불합리한 세금차별을 거론하며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세금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수입맥주와의 경쟁은 어렵다는 셈이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금비율은 72%로 같다. 그러나 세금을 붙이는 과세표준이 다르다. 국산맥주는 국세청에 신고하는 출고가에 영업비용 등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더해 세금이 매겨진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에 관세를 더해 세금이 부과된다.
또 국세청은 고시를 통해 국산 맥주가 출고 가격 이하로 할인 판매되는 것을 막고 있다. 반면 수입 맥주는 출고 가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할인판매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맥주 한캔당 주세 395원이나, 수입맥주는 212~381원에 불과하여 공정한 경쟁의 기회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다양성’ 없는 국산맥주, 맥주업계 “신제품 개발에 박차”
국산맥주는 다양성이 없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제품 개발이 상당히 더디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맥주회사들은 상품이 쏟아지는 수입맥주에 대응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맥스리뉴얼(크림생 올몰트 맥스), 올해 하이트리뉴얼(올 뉴하이트), 망고링고 등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때 실적이 하락했지만, 하반기엔 신제품 매출이 반영될 것”이라며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거라 기대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과거엔 1~2년에 신제품을 하나 정도 내놓았지만, 지난해에는 3종의 신제품(프리미어 OB 둔켈, 프리미어 OB 바이젠, 카스 비츠)을 출시했고, 최근엔 신개념 칵테일(믹스테일)을 선보였다.”면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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