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권잠룡들 ‘꿈틀’…대선 판도 뒤흔들까
野 대권잠룡들 ‘꿈틀’…대선 판도 뒤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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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안희정·손학규 등 대권도전 선언에 野 지도부도 반응
▲ 김부겸 더민주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 야권 대권잠룡들이 대선가도를 닦기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 지도부의 출범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야권 대선주자 자리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잠잠하던 더민주 내 여타 대선주자들도 최근 줄줄이 대권 도전 의사를 본격 천명하며 대선 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들 비주류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이 특정 계파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현재의 대권 경쟁 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부겸·안희정, 본격 등판…‘문재인 대세론’ 경계
 
일찌감치 대권 도전 가능성은 열어뒀으면서도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조율해오던 김부겸 더민주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이어 출마 입장을 공식 표명하며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섰다.
 
앞서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당내에서 싸우겠다”고 당내 대선 경선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김 의원은 당내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나오는 데 대해선 “이대로 평이하게 가면 호남을 설득하지도 중간층을 끌어오지도 못한다”면서 “대세론에 빠져선 안 된다.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제3지대 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소한 신당을 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여기서 안 되면 저기 가고 저기서 안 되면 또 다른 데로 가는 게 무슨 제3지대냐”며 단호히 일축했다.
 
김 의원은 하루 뒤인 31일에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거듭 ‘제3지대론’에 대해 “탈당이든 신당이든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혹은 역사와 시대가 있어야 하는 대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이 없는 여러 실험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 명분만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제3지대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중의적 의미도 안고 있어 당내 대선 경선이 얼마나 공정히 치러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분명히 하려는 듯 김 의원은 “추 대표가 ‘공정한 경선관리를 하겠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잠재주자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대권 출마를 공식화한 이유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너무 ‘문재인 대세론’하니까 이건 아니다 해서 저라도 나선 것”이라며 연일 문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던질 만큼 당내 경선 결과가 일찌감치 문 전 대표로 확정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친노 인사이면서도 대권 경쟁 과정에선 ‘친문’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의 못 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대권 출마를 공식화하면서도 “동교동, 친노, 친문, 비문, 고향,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경계의식도 함께 드러냈다.
 
◆ 야권 지도부, 대권잠룡 등판 한 목소리 환영
 
이렇게 더민주 내 대권잠룡들이 점차 대선 도전을 공식화하자 이를 바라보던 야권 지도부들도 우선 저마다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추미애 더민주 신임 대표는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2일 오전 광주 북구의 5·18민주묘역 민주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그 분들이 준비해 온 비전을 갖고 포부를 밝혀주는 것은 대환영”이라며 “이것이 8·27전당대회 효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해 ‘친문 선거’로 치부됐던 8·27 전대를 오히려 ‘모범적 공정 경선’으로 내세웠다.
 
현 지도부가 외형상 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후보도 예상외로 컷오프 과정을 뛰어넘어 본선까지 치렀던 점을 들면서 지난 전대를 계파를 초월한 경선이었다고 자평한다면 향후 더민주의 대선 경선 또한 김부겸 의원 등 비주류 후보들은 그저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한 ‘판 키우기’용 들러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당 소속은 아니지만 국민의당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김부겸·안희정 등 대권잠룡들이 출사표를 던진 데 대해 2일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나쁘지 않은 반응을 내놨다.
 
안 전 대표로선 이들의 등판이 문 전 대표의 당선이 점쳐지는 더민주 대권 경선에 괜히 계파를 초월한 ‘공정 경선’이란 명분만 줄지 모른다는 점에서 반길 일만은 아닐 수 있지만 자칫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없진 않은 만큼 김부겸 의원 등 대권잠룡들의 더민주 경선 참여가 자칫 문 전 대표를 옥죌 수도 있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단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들 야권 지도부는 또 다른 대권잠룡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대해선 야권 내 영입 경쟁 1순위로 꼽히고 있기 때문인지 상당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2일 “전당대회 마치고 손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당의 상임고문이고 당을 지도해주셔야 한다. 제 협력이 필요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손 전 고문은 ‘그렇게 해달라. 잘 하세요’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대선판을 키우고자 손 전 고문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지난달 28일 전남 강진에서 손 전 고문과 비공개 회동한 사실을 지난 1일 “여러 가지 현안,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한 말씀을 나눴다”고 전하며 손 전 고문 영입 시도를 지속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 안철수 전 대표는 상계초등학교에서 열린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드러내는 듯 “양극단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우리나라의 미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아울러 안 전 대표는 상계초등학교에서 열린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손 전 고문 영입과 관련해 “양극단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우리나라의 미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열린 마음과 열린 체제로 방법들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 호남 향한 손학규·안희정, 대권 행보 박차
 
이런 와중에 이들 대권잠룡들은 각자 주요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도 대선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행보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는데, 손 전 고문은 2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공원에서 진행된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문화마당’ 행사에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그는 이날 자신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추미애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물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까지 모두 광주를 방문한 사실을 의식한 듯 대권 출마나 향후 행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 와중에 같은 날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공교롭게도 광주를 찾았는데, 초청 강연차 들른 광주시 교육청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민주화를 위했던 호남 정신, 광주 정신, 김대중(DJ) 정신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전에 가장 큰 힘”이라며 호남 민심에 구애를 보내는 듯한 모양새를 띠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자신이 계파, 출신지역 등 모든 요소를 초월한 대권후보가 될 것이란 다짐을 이내 상기한 듯 “광주, 부산, 대전, 대구 등 많은 도시를 방문하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원하는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목소리를 듣고 담아갈 것이며, 영남과 호남, 충청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을 하나로 통합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고 다시금 차별화된 대권후보로 나서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기자들의 질문이 대선 경선 룰 등 점차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자 안 지사는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는 듯 “난 현재 도지사이고 교육청 방문을 통해 지자체와 교육청 간 행정 경험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하러 방문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안 지사는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놓고 여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며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데에 대해선 “국민 여론과 국민 눈높이에서 정당의 지도자들이 좀 더 현명하게 대화하고 국회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가길 바란다”면서 “여야가 격돌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곱지 않게 볼 것”이라고 지적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대권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향한 폭을 넓혀가면서 야권 대선 구도 전반에 흐르고 있는 ‘친문 대세론’을 깰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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