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밥그릇까지 빼앗나?
정부가 밥그릇까지 빼앗나?
  • 김부삼
  • 승인 2006.09.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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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들 "법안 통과되면 수도권 지자체 거리로 나앉을 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등 수도권 단체장 3인이 중앙정부와 일대혈전에 돌입했다. 수도권 단체장들은 정부가 충청권에 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수도권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공공부지를 건설교통부 장관이 직접 입안, 관리하도록 한 특별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데 “밥그릇까지 빼앗으려 한다”며 발끈하고 나선 것. 대수도론을 주창하며 수도권통합론과 규제혁파 등을 주창해온 김문수 지사와 최근 용산민족공원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워온 서울시, 이에 뜻을 같이하는 안상수 시장까지 참여하면서 수도권 빅3 지자체 대 정부가 격돌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출신 수도권 단체장과 참여정부와의 갈등이라는 소지가 있지만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의욕이 넘칠 대로 넘쳐 있는 수도권 단체장들의 공동대응이 이번만큼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 김 지사와 오 시장의 경우 정부와의 싸움을 통해 각각 수도권 규제완화와 용산공원화 주도권을 얻는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흐름이 주목된다. ◆정부가 밥그릇까지 빼앗나? 김 지사와 안 시장, 권영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7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이전적지에 대해 건교장관이 직접 도시관리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 ‘혁신도시건설법 제정안’의 관련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이들은 이날 3개 시도 단체장 공동명의로 낸 성명에서 “건교부 장관이 지자체의 지역여건 및 도시관리 기본방향 등을 고려치 않고 지자체 고유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한다면 도시 공간계획 체계는 근본적으로 와해될 것”이라며 특별법 제42조 제7항(종전부동산의 처리계획 수립 등) 삭제를 촉구했다. 단체장들은 이어 “도시관리계획은 상위계획인 광역도시계획 등과의 연계성을 확보, 일관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자체는 국가계획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적지의 도시관리계획은 해당 지자체의 고유업무”라고 못박았다. 단체장들은 또 “정부는 과거 개발중심의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로 인한 난개발의 폐단을 종결하기 위해 ‘선계획 후개발’이라는 공간계획의 기본적 패러다임을 중앙정부 스스로 존중하고 지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장들은 “우리는 도시관리계획 사업의 우선 실시, 후반영이라는 과정을 통해 도시문제가 심화되는 아픔을 겪었다”며 “이로 인한 후유증과 고통을 여러 차례 겪은 바, 다시는 정책 실패가 되풀이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전비용 마련을 목적으로 건교부에서 직접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고밀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정책의 기본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는 지자체 도시관리에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단체장들은 “도시관리계획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건교부 장관이 직접 입안·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 제42조제7항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이대로 가다간 지자체의 기본 정신이 훼손 된다는 취지에 따라 올바르게 지켜 나가겠다는 자세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힌 뒤 “(이 법안이 통과 될 경우)이미 심각한 우려를 제기해 왔는데 정부가 수도권 규제해제를 해주겠다고 해 놓고 지방자치를 하자는 것인지 정지시키겠다는 것인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이어 “밥그릇 권한도 뺏어 가고 지자체 어떻게 하는냐”고 울분을 터뜨렸고 안상수 인천시장도 “(도시계획) 권한을 중앙으로 가져가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권영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지방의 자치권을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가 제기되고 있다”며 “재원을 박탈하는 것뿐 아니라 중앙정부가 강제적으로 서울, 인천, 경기를 중심으로 재원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부시장은 특히 “서울에서는 용산민족공원을 가져가서 난개발로 가려는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고 있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법안 통과되면 수도권 지자체 거리로 나앉을 판 문제는 재원과 개발권을 누가 갖느냐이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도권 내에는 택지개발이 가능한 3만평 이상의 부지만 30여 곳, 거대 땅덩어리를 건교부 장관이 요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달 29일 건교부 안으로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됐으며 42조 7항은 ‘지자체가 종전 부동산의 활용계획을 도시계획안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건교부 장관은 해당 도시관리계획을 직접 입안 관리 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건교부는 국토연구원에 ‘지방이전 대상인 공공기관의 수도권내 종전 부지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며 이에 따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와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대한주택공사 및 한국토지공사 사옥, 용인시의 경찰대 및 법무연수원 등 수도권 내 주요 종전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아파트와 업무용 시설을 짓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이전 대상 175개 공공기관 중 98개 공공기관의 수도권 부지는 모두 296만평이며 이중 택지개발이 가능한 3만평 이상의 부지는 30곳에 이른다. 또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3000평 이상인 부지도 49곳에 달한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서울 및 수도권 개발의 핵심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고위관계자는 “종전부지에 대해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교통환경과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등의 활용방안이 되어야 하는데 건교부 장관이 관리하게 되면 지역 여건 및 도시관리 기본방향 등을 고려치 않고 매각이나 개발할 수 있어 지자체 고유권한이 침해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수도권 단체장들이 나서 지자체 고유권한을 지키고 해당 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등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며 “아울러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지자체의 입장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도 “종전 부동산의 경우 경기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서울시도 이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왜 싸우나? 결국, 한나라당 단체장 vs 참여정부 김문수 지사와 안상수 시장, 오세훈 시장 모두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 이른바 수도권 빅3로 불리며 압도적으로 5.31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장본인들이다. 당으로서도 이들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의 주도권 다툼 속에서 도민 및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어야 표결집이 가능할 터. 때문에 이번 혁신도시건설지원 특별법상의 삭제요구 조항에 대해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당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체장들의 으름장이 그냥 하는 소리로만은 들리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김 지사와 오 시장의 경우 수도 서울과 경기도의 단체장이라는 점에서 그 입김이 만만치 않다. 특히 김 지사의 경우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워온 데다, 여의도로 나가 직접 여야 의원들을 만나며 입지를 키워온 터여서 이번 혈전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놓고 있다. 사실상 혁신도시건설지원 특별법상 삭제조항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가장 많은 타격을 입게 되는 것도 경기도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행복도시, 혁신도시, 수도권 과밀화 해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충청권 발전 토대 마련을 통한 중원장악 의도를 반영한 것이어서 그리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국무회의를 통과해 특별법안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하나 법안 소위와 건교위, 전체회의,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여야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장기간 체류하거나 아니면 원안대로 졸속 처리될 가능성도 크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단체장들의 요구 속에 조항삭제를, 여당은 정부와의 공조 속에 원안고수를 할 것으로 보여 정기국회가 열린 지금 여야의 한판 줄다리기까지로 번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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