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추다르크, ‘파격 행보’ 제동 걸리나
역풍 맞은 추다르크, ‘파격 행보’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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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 이어 ‘전두환 예방’에 당내 불만 폭발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내세워 취임 직후부터 파격 행보를 이어온 가운데 끝내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까지 나서려다 8일 역풍을 맞았다.
 
예상치 못한 당내 반발에 직면한 추 대표는 결국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공개한지 불과 하루도 못 넘기고 자진 철회했는데 이번 사안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칫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금까지 그가 보여 온 ‘통합’ 행보를 다시 거꾸로 되돌리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사안은 단지 ‘통합 행보’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예방 대상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는 부분에만 국한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해석되든 추 대표가 초반부터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국민통합’위해 ‘全 대통령 예방’ 꺼낸 秋, 무리수 뒀나
 
추 대표 측은 8일 민주당 계열 당수로는 지난 2003년 조순형 당시 민주당 대표 이후 처음으로 오는 12일 오후 3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인 서울 연희동을 찾아 면담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전 전 대통령 예방과 관련, “추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가셨고, 어제 이희호 여사도 찾아뵈었다. 이어서 전직 생존 대통령과 원로 정치 지도자를 찾아뵙고 인사드리기로 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찾아뵐 것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와병 중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예방 계획은 당초 추 대표 측이 전 전 대통령 측에 당 대표 취임인사차 방문하겠다고 먼저 제의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조 전 대표 이후 무려 13년 만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인 만큼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자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돌아가신 분은 묘소에 가서 인사드렸고, 명절을 앞두고 살아계신 분에게 그냥 예를 갖추겠다는 정도”라며 “배경이 없다. 큰 의미를 부여 말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당내 호남 의원들과 미리 논의했는지에 대해선 “호남 비호남 그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변인을 통해 제 일정은 이미 다 나가도록 했다. 거기에 군더더기나 해석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을 돌렸다.
 
이처럼 추 대표가 ‘국민통합’ 차원 외엔 이번 예방에 별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3명(전두환·노태우·이명박) 중 전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찾는다는 데 대해 당내 일부 의원들은 즉각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당내외 반발 확산…秋, 뒤늦게 최고위 소집 뒤 ‘예방 취소’
 
당권 경선 당시 초반 추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송영길 의원은 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결한 헌정찬탈, 내란목적 살인범을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추 대표의 전두환 예방 기사, 설마 사실무근이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을 놓고 ‘이건 뭐냐’란 날선 질문에 저도 답을 못 찾겠다”면서 “MB(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을 안 한다니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은 아니고, 대선 위한 동진이나 국민화합 차원이라면 하필 전 국민의 지탄을 받는 그 분이 왜 먼저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원내대표 호남특보를 맡고 있는 김성주 전 의원까지 같은 날 트위터로 “추 대표가 전두환 방문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 묘소 참배처럼 국가원로 찾는다는 것”이라며 “‘죽은 독재자’에게 예를 갖추는 것과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살아있는 독재자’를 찾아가는 건 전혀 다르다. 이건 유연도 아니고 화합도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렇듯 전 전 대통령 방문을 성토하는 기류는 당내 일부에 그치지 않고 점차 온라인 등을 통해 더민주 지지자들에게까지 확산되어 가는 분위기를 띠었는데, 심지어 다른 야권 정당인 국민의당에서도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에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특히 국민의당은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폭력진압의 당사자였던 전 전 대통령을 같은 야권 정당인 더민주에서 예방한다는 데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는데,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정책회의 직후 기자들로부터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더민주 대표가 예방하는 걸 저한테 결재 받는 것도 아니고”라면서도 “저는 (전 전 대통령에게) 갈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거리를 뒀다.
 
뒤이어 그는 전 전 대통령 예방에 따른 호남 민심 반응을 묻는 기자들에게 “글쎄 거기까지 내가 얘기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전두환, 노태우 두 분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예우법에 (지위가) 박탈돼 있다”고 지적해 우회적으로 더민주의 예방 일정을 비판했다.
 
추 대표 입장에선 호남 출신의 첫 보수여당 대표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호남-새누리’ 연정론을 들고 나오는 데에 맞불을 놓고자 대구 출신인 자신이 전 전 대통령을 만나 호남과 영남의 화합이란 그림을 그려내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이나 당내외를 막론하고 반대 의견이 예상을 웃돌자 결국 비공개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추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한 예방”이라고 설득했음에도 여기서조차 이날 참석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물론 김영주·양향자·김병관·송현섭 최고위원이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끝내 전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은 전격 취소되는 쪽으로 굳어졌다.
 
이날 비공개 긴급회의 내용과 관련해 양향자 최고위원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함께 얘기를 했다”며 “용서는 피해자의 몫이라고 얘기를 했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음을 내비쳤고, 김병관 최고위원도 “대표도 얘기하겠지만, 그 사람을 용서하고 이런 차원이 아니고 예우하고 이런 대상도 아닌 것 같다”고 전 전 대통령 예방 주장을 일축했다.
 
◆ 秋, ‘사전 논의’ 없이 독단 결정…‘문재인 체제’ 재현?
 
▲ 추미애 더민주 대표(우측)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과 관련해 김영주 최고위원(좌측)은 “최고위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얘기했다”며 추 대표의 독단적 결정을 꼬집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밖에 이런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고위원들과 상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도 있었는데, 김영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얘기했다”고 밝혔고, 앞서 언급한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추 대표는 개인이기 전에 당의 대표”라며 “대표에게는 개인 일정이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최고위원들이 말했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이런 사정을 보여주듯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 대표는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최고위 의견을 존중해 일정을 취소했다”면서도 “최고위원과 상의를 하기 전에 보도가 먼저 됐고, 의논을 한 결과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 많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최고위원과 논의도 하기 전에 추 대표가 이 같은 주요 사항에 대해 임의로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인데, 윤 대변인도 이를 인정하는 듯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속에서 우려하는 의견이 많아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최고위원들과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던 점을 비롯해 계속 독단적으로 당을 이끌어간 끝에 현재 국민의당 의원인 당시 주승용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표하는 등 지도부 해체 직전까지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일단 최고위원들의 반대 의견을 수용해 이번 건은 일단락됐지만 추 대표가 향후 다른 사안에 있어서도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는 인상을 주게 될 경우 과거 문 전 대표의 전철을 밟으면서 대선을 관리해야 할 당 지도부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
 
아울러 정권창출을 목표로 대선가도를 닦기 위해선 호남 표심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임에도 호남을 놓고 국민의당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번 전 전 대통령 예방 논란은 불필요하게 자초한 악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출범 초부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추미애 체제가 이번 건을 만회하고 흔들린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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