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산업은행, 대우조선 방관 의혹 ‘봇물’
‘최대주주’ 산업은행, 대우조선 방관 의혹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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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징후·감사실 폐지 방조 등 각종 논란 쏟아져
▲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에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방관이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각종 부실이 드러나며 상장폐지(주식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려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로 절반에 근접하는 49.7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같은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에는 산업은행의 ‘방관’이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

◆ 산업은행 출신들, ‘낙하산’타고 대우조선에 재취업

우선 산업은행 출신들이 대우조선에 대거 ‘낙하산’으로 재취업했음이 거론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 국내계열사 산업은행 출신 취업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대우조선 11개 계열사중 7개 계열사에 10명의 산업은행 출신 직원이 대표이사, 감사, 사내이사 자리를 받아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런 ‘낙하산’ 인사 포진에 대해 “대우조선뿐만 아니라 그 계열사에까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 ‘부실 징후’ 7년만에 감지했나 

또한 대우조선의 부실 징후가 8년전인 지난 2008년부터 보이기 시작했지만, 산업은행은 지난해나 되서야 부실 징후를 포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8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 신용공여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국은행과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신용공여액(대출금액)을 줄였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 공여액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이 받은 대출잔액은 2008년말 2196억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뒤인 2009년말엔 863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또 기업어음(CP)과 신용장(L/C) 발행잔고도 2008년말엔 없다가 2009년 각각 5천억-9999억씩 느는 등, 부실 징후를 나타냈다. 

은행들은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업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2013년 이후 대출액을 줄여가는 추세였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은 대우조선의 신용공여액을 2014년말 2123억원에서 2015년말 689억원, 2016년 6월말 204억원으로 대폭 줄였으며, 국내 시중은행도 2014년 4조3474억원이었던 대우조선 신용공여액을 2015년(4조232억원), 2016년 6월(3조1645억원)까지 점차 줄이고 있었다.
▲ 외국계 은행은 물론, 국내시중은행도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금액을 줄여가고 있었으나 산업은행은 대폭 늘리고 있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반면, 산업은행은 같은 기간 2014년말 1조8124억원에서 2015년말 3조4320억원, 2016년 6월말 5조1574억원으로 대폭 늘리고 있었다. 산업은행은 박용진 의원실측에 보낸 자료에 대우조선의 부실화 포착 시점이 지난해 6월 25일이라고 밝혔다.

◆ 대우조선 감사실 폐지 방조한 산업은행, MB정권 ‘압력’ 논란

산업은행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2006년~2012년까지 재임)의 전횡을 방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08년 남상태 사장의 전결로 폐지된 대우조선 감사실 폐지가 산업은행의 묵인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산업은행에 감사실 폐지 사유와 관련해 질의한 결과 "감사실 폐지는 남상태 대표이사의 전결로 이뤄졌으며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설치된 감사실은 산업은행의 주도로 대우조선에 대한 투명한 경영관리와 회계감사, CEO 견제 등의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듬해 4월에는 감사실을 매개체로 경영계획, 투자 및 신규사업, 조직 및 인력운용 등을 산업은행과 사전 협의토록 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대우조선은 사장직할 감사실을 폐지하고 사장직할 감사팀으로 조직을 변경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감사실이 폐지된 이후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들이 대우조선에 ‘낙하산’ 고문으로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았다. 

이같은 감사실의 폐지 논란과 관련, 신대식 전 대우조선 감사실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연석 청문회에서 "2008년 10월 퇴직할 때 산업은행을 통해서 청와대에서 세 사람을 내려 보내려고 해 (대우조선에서) 세 사람이 나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들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압력설을 주장했다.

그는 "다른 두 사람도 나간 날짜가 10월 1일로 저와 동일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행정관이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함께 대우조선 남상태 사장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 저는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이같은 ‘압력’ 논란을 부인했다.

◆ 부실 키운 직원들인데도, ‘제식구 감싸기’ 논란까지

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수조원대 부실화에 책임있는 직원명단을 감사원으로부터 받고도, 대부분 견책(공무원 징계중 가장 낮은)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8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감사원 감사결과 문책 요구 대상자에 대한 인사처리 내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재무상태를 분석하지 않아 부실을 키우고 ▲회계분식을 방조하고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 담당자인 나 모 팀장과 이 모 실장에 대한 산업은행의 인사조치는 ‘견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가장 낮은 솜방망이 처벌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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