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北 5차 핵실험’에 안보이슈 누가 선점할까
與野 ‘北 5차 핵실험’에 안보이슈 누가 선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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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여야 대표 회담·‘핵무장’ 제의 - 野 대북 규탄 이어 정부에 협조 천명
▲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의 제5차 핵실험 관련 정보위원회 긴급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한이 9일 지금까지 있었던 4차례의 핵실험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5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한 가운데 정부는 물론 정치권 역시 하루종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했다.
 
북한이 정권수립기념일인 ‘9월 9일’에 의도적으로 맞춰 오전 9시(북한 평양시 기준)에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라오스에서의 현지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키로 결정했으며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해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긴급히 열어 관계부처 각료들과 발 빠르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여기에 부응해 여야 역시 오전 중 각 당별로 북핵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물론 원내교섭단체 3당이 공동으로 대북 규탄결의안을 제출해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특히 정부여당에선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것은 물론 여당 대표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지방 일정을 비롯한 기타 일정들을 전면 취소하고 사태를 면밀히 주시했는데, 당내 일각에선 강력한 자구책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대북 규탄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핵무장론까지 다시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야당에선 여당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안보 이슈가 갑작스런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정국의 블랙홀로 자리 잡고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당장 급해진 야권 대선주자들부터 저마다 이번 사안에 대한 견해를 앞다퉈 내놓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 야권의 계속된 압박으로 코너에 몰려있던 여당이 북한의 5차 핵실험이란 안보 이슈를 발판 삼아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휘어잡는 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야권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부여당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그간 취약점으로 여겨져 온 ‘안보 이미지’를 재확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게 될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與 ‘핵무장’ 등 초강경 대응 주문
 
여야 3당은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 저마다 맹렬히 성토했다.
 
먼저 새누리당에선 이정현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한달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북한이 1월 6일 이후 8개월 만에 핵실험을 했다고 하면, 8개월 만에 또다시 엄청난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북한의 또 다른 움직임의 하나라고 넘기기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번 사태를 정부가 사전에 파악조차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날 것을 의식한 듯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출국하면서 공항에서 참 북한의 여러 동향과 움직임이 간단치 않음을 말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선 북한의 5차 핵실험 관련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이 대표는 국가 안보에 여야가 따로 없음을 국민 앞에 천명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우리 정치권의 의지를 피력하자고 했다”며 “안보위기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북핵 대비 여야 당 대표 회의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고 전했다.
 
염 대변인은 이어 “대책회의에선 실질적인 북핵 위협에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안보 관련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하고, 고도의 무기체계 구축 등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국방비 증액 등을 적극 강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오늘 회의에선 우리가 직면한 북핵이 이전과 다른 실질적 위협이고 위기상황인 만큼 지금까지 금기시하고 논의에서 배제해 온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모든 가능성을 강구하자는 요구가 많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해 ‘핵무장’ 등을 포함한 모든 대응책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여당 내에선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는데, 이들은 이날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접하자마자 여러 경로를 통해 핵무장부터 미국의 핵우산 등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양한 주장을 쏟아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 “이제 북핵과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이 더 명백해졌다”며 “미국의 전략 핵무기 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안보준비 태세는 늘 최악의 상황을 가상해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국방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국민 안위만 생각해야 한다”며 “핵확산금지조약과 관계없는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등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도입, SLBM 개발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이도 있는데, 김 전 대표 재임 시기 원내대표를 지냈던 원유철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핵실험은 더 이상의 유엔안보리, 국제사회의 제재와 우리 국회의 규탄 결의안만으로는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도발 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며 “북핵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핵무장 프로그램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 내 대표적인 핵무장론자인 원 의원은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즉각 핵무장 수준에 들어가야 한다는 핵 트리거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우리도 평화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준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원 의원 외에 같은 당 홍문종 의원 역시 초강경 대응을 주문했는데,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에게 “사드배치만 해서 (북핵이) 오는 걸 막는 게 아니라 징후가 있을 경우 우리가 먼저 어택(공격)을 한다, 이런 것들이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 아니냐”며 “만약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핵을 보유한다든지 써지컬 어택을 한다든지 하는 강력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 상황 평가 및 대책 보고를 마친 뒤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에 다소 과열된 감이 없지 않다고 느꼈는지 정부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한민구 국방장관은 같은 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진영 더민주 의원으로부터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자 “현실적으로 많은 제한이 있다”면서 “북핵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는 핵으로 대응하는 게 전략적 수준에선 맞는 방식이나 우린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안보문제는 한미동맹 체제 하에 연합을 하고 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미동맹 강화 필요성에 대한 재론은 필요하지 않다”며 “한국 형 3축 체계 등을 통해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 야권, 與에 질세라 대북 규탄 나서
 
이에 반해 야권은 비록 여당만큼의 초강경 대책을 내놓은 건 아니지만 안보 이슈에 있어 여당보다 뒤처진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지 당 대표부터 대선주자들에 이르기까지 북핵불용 입장을 재확인하며 일부는 북한을 향해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더민주는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어떤 핵무기도 한반도에 존재해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 더민주의 일관되고 확고한 원칙”이라고 한반도 비핵화를 북핵 반대의 근거로 내세웠다.
 
더민주 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오후 경남 거제 방문 중 기자들에게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안보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이 초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정부와 공조하는 데 있어 야당 특성상 아무래도 집권여당 측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단 점을 우려했는지 박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하루빨리 만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뿐 아니라 또 다른 대권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캐나다 방문 중 해당 소식을 접한 뒤 “한반도에서 핵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영상회의까지 열고 해외에서조차 즉각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국민의당도 다른 당에 밀리지 않으려는 듯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방위-정보위원 연석 긴급비대위를 개최해 “북한의 만행, 도발행위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데 정부와 함께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협조 의사를 표명했다.
 
박 위원장은 북한을 향해 “5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은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해 불과 얼마 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지원 필요성을 역설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발빠르게 자신의 입장을 표했는데 “핵무기와 군사적 도발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임을 북한에 경고한다”면서도 정부를 향해선 “대통령과 당국은 관련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반도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당부해 강경대응을 촉구한 여당과 달리 긴장 완화에 보다 방점을 뒀다.
 
이처럼 각 당이 나름의 대안을 백가쟁명식으로 제안하는 가운데 이번 북한 핵실험 사태가 과연 정국 주도권을 뒤바꿀 무게추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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