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금지에 삼성 현대그룹 지주사 전환 서두를 듯

이 같은 움직임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벌개혁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20대 국회 이전 여대야소 정국에선 재벌개혁 입법이 발의됐음에도 상정도 되기는커녕 잠만 자다 폐기된 상황이었다면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뀌면서 야당에서 법안 발의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재벌 옥죄기 입법 발의 봇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세제 개편,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34개 입법과제를 발표해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다.
국민의당도 지난 7월 재벌 총수 가족의 소유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에 머물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지분율 20% 이상’인 곳으로 강화하는 재벌개혁 종합대책을 내놓고 재벌 옥죄기에 나선다.
재벌개혁의 전초전은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거론됐던 재벌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단계부터 지배구조 까지 들여다봐 재벌개혁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게 야당의 생각이다.
재벌개혁이 하루아침에 되는 상황이 아닌 만큼 대기업 총수들을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 입장을 듣고 난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입법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는 예정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당이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보니 현재 거론되는 대기업 총수들이 실제 국회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재벌개혁이 필수불가결인 상황으로 변한 것은 대기업의 최근 상황과 맞물려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드러난 지배구조 문제점과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비자금 조성 혐의 등 대내외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상황이다. 한진해운 부실 책임의 근원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과 채권단과 기싸움 과정에서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몰아 물류대란으로 이어진 한진그룹의 결정 등이다. 이외에 국회에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재벌개혁에 탄력이 붙는다.
재벌개혁은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고리로 인한 고질적인 비리 근절에 있다. 현재 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는 해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돈의 흐름을 쫓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그룹의 돈의 향방과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룹 핵심 인물 외에는 알 방법이 없다. 실제 롯데그룹의 400여개가 되는 순환출자 고리와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검찰수사가 애를 먹었다. 검찰이 당시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장을 소환 조사하려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현대그룹 지주사 전환 속도 내나
법안 통과가 유력해 보이는 현 정국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들은 규제대상에 포함되기에 지배구조 개편에 서둘러야 할 상황으로 전개 될 수밖에 없다.
재계는 재벌개혁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현 정국이 여소야대라는 점에서 특히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 고리로 그룹이 운영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주사 전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0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삼성그룹의 지배력은 현제보다 더 공고히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 체계와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분 정리가 최대 핵심으로 금융지주가 비금융회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34%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최대 숙제다. 현실상 쉽지 않아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인적분할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눠 투자부문이 삼성전자 사업부문과 전자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는 방식이다. 재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향방이 재벌개혁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순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지주사 전환을 유력한 방안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주사 개편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지분이 다른 계열사보다 높다.
증권가 일각에선 지주사인 현대차그룹홀딩스를 세우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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