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의혹은 어디로…롯데 수사 ‘흐지부지’
제2롯데월드 의혹은 어디로…롯데 수사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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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압수수색 떠들썩했지만…용두사미 끝났다는 지적 대다수
▲ 검찰이 100일 넘게 대대적으로 벌인 롯데그룹 수사는 용두사미에 그쳤다는게 지배적 평가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이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도 ‘의혹’ 정점인 신동빈 회장을 소환조사함에 따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들을 전원 기소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롯데그룹 비리 수사를 시작한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 계열사와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자택 등 17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으로 칼을 빼드는 듯했다.
 
그러나 롯데 수사의 핵심이자 수년째 논란이 일고 있는 제 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선 사실상 묻히는 모양새다. 롯데는 MB정권 시절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받는 등, 정권으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로비 단서가 포착될 경우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여기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첫 압수수색에서 롯데물산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사업을 시행한 핵심회사였고, 현재도 관리·운영하는 주체다.
 
◆ MB정권서 급성장한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 1988년 “한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 타워를 건설하겠다”면서 잠실 부지 8만7770㎡를 1천억원에 서울시로부터 매입했다. 90년대엔 100층 높이 402m의 건물 설계안을 송파구에 제출했지만, 143m의 높이로만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군이 서울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시 시계확보가 어려워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신격호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2004년에 지상 112층 555m 높이의 현 초고층빌딩 건축안을 담은 계획을 송파구에 제출했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MB는 공군의 반대와 여론의 부정적인 의견을 묵살하고 건축허가를 했다.
 
2007년 7월 참여정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을 불허하며, 국방부가 제시하는 203m 이내의 높이로만 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MB가 집권한 뒤, 롯데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2009년 3월 행정협의조정위가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고 최종 허가 방침을 내린 것이다. 줄곧 반대를 외쳐오던 국방부가 “활주로는 3도만 틀어도 된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돌연 롯데 편에 섰다. 결국 20년 가까이 허가가 나지 않다가 MB정권이 돼서야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이 풀린 것이다.
▲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는 MB정권에서 허가가 났다. 롯데그룹은 MB정권 시절 급성장하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0년 6월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제2롯데월드 건축안을 통과시켰고, 수개월 뒤엔 송파구가 제2롯데월드 건축안을 최종 허가했다. 그렇게 삽을 뜬 제2롯데월드는 올해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롯데는 MB정권 시절 OB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던 맥주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 MB정부는 지난 2011년 맥주 제조 면허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저장조 1850 Kl 이상에서 100 Kl 이상으로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그러면서 이듬해 3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업 허가를 받고 맥주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2010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면세점 인수·합병을 승인받아, 면세사업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다.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이 54.9%라 독과점 논란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AK면세점 인수합병을 승인해줬다.
 
아울러 2012년 3종 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불가능했던 4만여㎡ 규모의 서초동 롯데칠성부지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허가해준 바 있다.
 
이처럼 롯데는 MB정권 시절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을 푼 것은 물론,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자산이 두배 이상(43조원→96조원)으로 늘고 계열사도 두 배 가까이(46곳→79곳) 늘었다. 그러면서 재계 순위 5위까지 올라왔다. 그러면서 유착 의혹이 짙게 일었다.
 
◆ '친구 게이트' 의혹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의 핵심으로는 장경작 전 롯데호텔 총괄사장이 거론됐다. 장 전 사장은 MB와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로서, MB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 초 호텔롯데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특히 장 전 사장은 MB정권이 출범하기 직전 호텔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호텔은 물론 면세점, 롯데월드까지 총괄토록 한 것이다.
 
그는 특히 제2롯데월드 사업을 진두지휘했으며, 2009년 3월 MB정권으로부터 사실상의 건축 허가를 이루어냈다. 장 전 사장은 롯데호텔을 퇴사한 뒤, 2014년 1월 MB가 사재를 출연해 만든 청계재단 감사로 합류해 MB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검찰은 지난 7월 장 전 사장을 출국금지하며 제2롯데월드 관련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듯했으나,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검찰은 2개 부서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롯데 수사를 시작했으며, 첫 압수수색에 투입된 수사관은 무려 200명이었다. 그러나 핵심 의혹에는 제대로 손대지 못하면서, 떠들썩하던 검찰의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 관련 비자금도 검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또 총수 일가가 롯데 측과 부당한 부동산 거래를 한 정황도 밝혀내지 못헀다.
 
지금까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등 롯데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도 줄줄이 기각됐다. 그러면서 롯데 총수 일가들도 결국엔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검찰이 롯데를 향해 솜방망이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여론의 냉소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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