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급한 불끄기도 힘든 상황…수조원 쏟아부은 대우조선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듯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각각 600억원, 500억원씩을 지원키로 했다.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재를 각각 400억, 100억씩 출연한 것을 합치면 이제 총 1600억원이 모였다.
물론 이 정도로는 벌어진 물류대란 사태를 모두 수습하거나 한진해운을 회생시킬 수는 없다. ‘급한 불’인 하역차질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당초 법원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들을 하역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 돈은 약 1700억원인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용선료(배를 빌린 비용)와 연료비 등으로 하루 210만달러(약 23억2천만원)씩 채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빌린 배들의 경우 하역을 마치는대로 선주에게 반납을 하고 있지만, 이미 비용은 수백억이나 불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최소한의 하역료 외에는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제1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이렇게 된 것이 가슴 아프지만 세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힌 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6000억원을 지원하면 그것도 국민의 세금이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살리기에는 국민의 혈세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해운보다 더욱 부실이 심각한 대우조선해양에는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천문학적 부실로 파산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들을 통해 4조2천억원을 신규 지원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서별관회의’를 통해 지원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1조6천억원의 출자 전환도 계획 중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에 ‘정상 등급’인 B등급을 부여했다.
◆ 수십년간 쌓아온 한진해운 물류망도 무너질 우려
물론 한진해운 물류사태에 대해선 방만 경영으로 위기를 키우고 ‘모랄 해저드’ 논란을 일으킨 최은영 전 회장 등 경영진 및 대주주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된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수없이 제기됐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위험감지는커녕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물류대란의 책임을 한진해운에게만 미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를 방관한다면 물류대란 및 수출차질은 물론, 관련업체의 줄도산 및 대량해고, 지역경제 붕괴 등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아울러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도 강하게 우려되며, 한진해운이 지난 수십년간 쌓아놨던 물류망이 무너져 향후 한국의 수출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도 분명한 일이다.
먼저 시급한 한진해운 사태부터 팔 걷어붙이고 해결한 뒤,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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