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한탄강댐 건설사업
말 많고 탈 많은 한탄강댐 건설사업
  • 김윤재
  • 승인 2006.09.08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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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이후 또다시 붙은 정부와 환경운동연합
정부가 지자체,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지지부진하게 끌고만 있던 한탄강댐 건설사업을 7년만에 건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한명숙 총리 주재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제5차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 특별위원회(이하 임진강 특위)’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는 홍수조절용 댐과 함께 천변 저류지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한탄강 홍수조절용 댐은 평상시에는 자연 상태로 유지되고 큰 비가 올 때만 물을 담아 홍수를 조절하는 개방형 댐이다. 임진강 특위는 그동안 관련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평가위원회’를 통해 △둑 높임 △홍수조절용 댐(한탄강 댐) △둑 높임+천변 저류지 △홍수조절용 댐+천변 저류지 △홍수조절용 댐+둑 높임+천변 저류지 등 다섯 가지 방안을 놓고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 방안을 재검토해 왔다. 국무조정실 박종구 정책차장은 “경제성과 환경성, 홍수조절의 적정성 등을 고려할 때 댐을 건설하되 천변 저류지도 함께 짓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이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한 이유는 환경보다는 연천, 철원, 포천 지역에 수해 예방에 대한 정책적 판단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이번 결정을 ‘당연한 결과’로 보고 “금명간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 이견을 조율하고 댐건설사업의 규모를 다시 정한 뒤 본격적인 건설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여전히 건설계획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사업추진과정에서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탄강댐 건설사업 시작부터 난항 이북 지역인 강원도 평강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김화, 철원, 포천 일부, 연천 등 144km를 흘러 연천군 임진강과 만나는데 하류지역은 홍수조절 시설이 없어 물난리에 취약했다. 청와대 수해방지대책기획단은 96년, 98년, 99년 임진강 대홍수로 철원, 포천, 연천 등 경기 북부 및 강원 서북부 지역의 수해가 반복된 것을 계기로 2008년 완공을 목표로 댐사업을 추진키로 99년 12월 결정했다. 위치는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과 포천군 장수면 일대이며 사업비 9천753억원을 들여 길이 705m, 높이 85m, 총저수량 3억1천500만t 규모의 다목적댐이다.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5.8㎢를 수몰해야 하는데 이곳에 거주하던 299가구가 강제이전 대상이었다.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환경 훼손, 예산 낭비 등을 내세우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2003년 7월 말에야 끝났다. 그러나 주민들은 타당성 조사가 왜곡됐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2004년에는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한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 특별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1년간 임진강 유역 홍수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왔다. 하지만 2003년 8월 환경영향평가후 댐 성격은 홍수조절용댐으로 바뀌었고 댐건설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상류인 철원지역이 생태계보고, 홍수조절효과 과다산정, 경제성 결여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2월 지속위 주관으로 갈등조정을 추진했고 이듬해 11월 '저류지 및 홍수조절댐'을 건설하되 공동협의회를 구성, 1년내 댐건설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반대측이 참여를 거부, 관련업무가 국무조정실로 이관됐다. 이후 국무조정실 임진강홍수대책특별위원회는 1년여의 재검토끝에 22일 "홍수조절용댐과 천변저류지를 함께 건설하는 방안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피해 고려 두 가지 시설 건설 건설교통부는 위원회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조만간 시민단체, 지자체와 협의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원인희 수자원기획관은 "연천, 파주, 철원 등 해당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임진강유역홍수대책협의회'를 연내 구성, 합의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규모와 천변저류지 설치방안은 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설명, 향후 사업을 축소 조정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홍수 조절 전용 댐과 천변 저류지를 동시에 건설하기로 했다. 평상시에는 하천이 자연적으로 흐르게 하고 홍수 시에만 물을 댐과 저류지에 가둔다는 계획이다. 두 시설을 동시에 건설하면 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건교부는 사업자 선정까지 마친 상태인 만큼 협의회 운영이 원활히 진행되면 기본계획 고시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보상에 착수,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대로라면 2015년께 사업을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성탁 건교부 수자원개발팀장은 "댐이 완공되면 올해처럼 수백년 빈도의 폭우가 닥쳐도 문산, 파주, 연천, 철원 지역의 수해는 크게 경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자체, 환경단체들의 반발
하지만 이 결정을 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2일 임진강 특위가 한탄강댐 건설여부를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동안 철원주민들은 오후 1시부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여 ‘한탄강댐 백지화 촉구대회’를 개최했다. 환경운동연합도 23일 논평을 통해 ‘건설족의 배만 불리는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정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늘의 결정은 04년 11월 대통령직속지속가능발전위(PCSD)의 결정과 다를 바 없다. ‘천변저류지 2곳을 만들고 규모가 작은 홍수조절용댐(한탄강댐)을 만든다’가 04년 지속위의 결정이었다. 오늘 임진강특위 역시 ‘천변저류지를 만들고 규모가 작은 홍수조절용댐(한탄강댐)을 만든다’는 결정을 내렸다. 2년의 기간 동안 참여정부는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세련되게 국민을 속이고 절망 속으로 빠뜨리는 기술만 연구한 듯하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임진강 유역의 홍수대책은 이미 완벽하게 세워져 있다. 때문에 한탄강댐은 지역주민들에겐 불필요한 거대 구조물일 따름이고 참여정부를 주무르는 건설족들의 배만 더욱 채워줄 것이다. 오늘 정부는 한탄강댐을 결정해 버렸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다”라고 말해 정부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 더욱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을 예고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탄강 댐 건설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정부가 댐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영월댐 보고서’는 유실하고, 한탄강 댐은 전광석화같이 추진하고 있다. 7년 동안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영월댐 보고서’는 분실해놓고, 수해가 난지 35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한탄강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짓지 말아야 한다는 감사원 결정도 있었다”며 졸속인 한탄강댐 건설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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